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자금지원의 조건으로 재벌해체를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이에 따라 재계는 정부와 IMF의 진의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반대논리를 적극 펴 나가기로 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 재벌기업과 전경련 등 관련단체는 IMF가 재벌해체를 요구했다는 소식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벌이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내세워 재벌의 장점은 살리되 단점을 보완하는 점진적인 보완책을 요구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이날 30대 그룹 기획조정실장회의를 갖고 재벌해체 요구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자유경쟁의 선진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대기업집단 규제 완화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재벌의 과도한 차입경영 등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재계가 주력업종 위주의 경영, 한계사업의 과감한 정리 등에 주력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IMF의 재벌해체 요구설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IMF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3일 종합기획실 임원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벌을 해체한다는 것은 우리의 국가경제기반을 송두리째 선진국에 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도한 차입경영 등 재벌의 문제점은 보완하되 장점은 살리는 재벌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LG그룹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노력하고 있는 데다 각기업들도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재벌을 해체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재벌해체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대우는 주요 대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단계에서 재벌해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