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티폰사업자의 고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후청심환(死後淸心丸)이라는 말이 있다. 죽은 뒤에 약을 구하러 간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늦어 일이 틀어지고 낭패됨을 일컫는다. 그러니 일이 잘못되기 전에 주의하라는 경고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날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세계 경제 11위라는 지표만을 믿고 지나친 여유와 사치를 부린 탓이다. 부풀대로 부푼 거품에 휩싸여 뒤틀어지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이 원인이다.

정보통신서비스분야도 이제 우리 경제처럼 거품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 불과 1~2년 전에 통신서비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많은 업체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전에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

가장 먼저 거품이 빠지고 있는 분야는 시티폰서비스사업이다. PCS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6개월 가량 앞서 서비스됨에 따라 지역적인 제한과 발신만 가능한 단방향 서비스인 시티폰은 한파를 맞고 있다. 물론 우수한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서비스의 퇴장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1개 전국사업자와 8개 지역사업자가 모두 사업에 나선 지 불과 6개월 남짓한 상황에서 상당수가 공공연히 사업축소나 포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어 20만원 가까이 들여 단말기를 구입한 가입자만 골탕을 먹게 됐으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수백억원의 설비를 투입하면서 불과 1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것은 각 기업의 손해를 떠나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황금 알을 낳는 통신사업이란 거품만 믿고 각 사업자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그야말로 물거품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될 따름이다.

이러한 데는 정부가 통신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 업체들간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통신서비스사업자를 늘린 점도 있지만 서비스업체들 역시 기술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함이 더 크다. 이제 정부 당국자와 업계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