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MF 태풍 (6);산전업계 파장과 전망

경기위축으로 내년 매출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던 산전업계에 불어닥친 IMF 태풍은 업계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초강력 태풍이다.

특히 IMF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자국의 자동차 및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 생산업체의 통폐합 내지 생산라인 축소를 강요하는 등 산전 수요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 영종도 신공항 건설을 비롯해 고속철도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축소되고 한국전력 등 매머드 기업이 추진하던 프로젝트도 축소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산전업체들이 기대하던 시장이 일시에 무너지고 있다. IMF 파고가 그동안 20∼30%대 고도성장을 해오던 국내 산전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무리한 수주 자제 할듯 따라서 앞으로 산전업계는 성장이나 수익추구보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동안 체면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던 특단의 조치들을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장자동화(FA) 등 플랜트산업, 중전기기­엘리베이터산업, 공작기기산업, 자동차산업 등 모든 산전업계가 생존에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는 해상투하작전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LG산전, 삼성전자, 현대정보기술 등 대형 산전종합업체의 경우 IMF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본사건물 매각, 종업원 감량 등 다각적인 전략수립에 나섰다. 중소 산전업체들도 당장 불어닥칠 부채상환과 현금 동원에 전전긍긍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은 지난달 26일 IMF 긴급자금 지원으로 재정긴축이 불가피하더라도 SOC 시설부문의 사업비 감축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IMF의 관심은 금융과 국가의 전체적인 재정긴축에 있기 때문에 SOC부문의 투자위축은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경부고속철도나 신공항프로젝트 등에 IMF의 한파가 몰아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중전기기업계는 올해 하반기들어서면서 수출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IMF구제금융건이 아니더라도 내년도 신규투자를 줄여야 할 판이었다. 주요 수출국이었던 동남아의 환사태로 수출이 대폭 감소된데다 내수에서도 국내 최대의 수요처인 한국전력의 구매물량 감소로 경영여건이 점차 악화돼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군살빼기와 함께 수출위주의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자금난이 전체업계에 퍼질 것을 감안해 한계사업 정리를 적극 검토중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조선, 엔진, 중전기사업본부를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완료했으며 삼성중공업도 그룹의 30% 조직축소 방침에 맞춰 한계사업 정리를 추진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업계도 IMF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부실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아니더라도 건설경기 부진과 자금난으로 S건설을 비롯 D사, G사 등이 부도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엘리베이터 3사는 이들 건설사가 무너질 경우 대량의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올해만 해도 몇몇 대형 건설사의 부도로 업체마다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엘리베이터 3사는 「안정성장」에 내년도 사업목표를 두고 무리한 수주는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만 엘리베이터나 기계식 주차설비의 경우 대부분 국산화돼 있어 수출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업체마다 내년에는 수출에 사세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을 비롯한 FA산업도 금융산업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FA산업은 선진국에의 기술종속도가 높은데다 일본 엔화의 장기약세 및 아세안 국가들의 수입수요 둔화로 수출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예측돼 FA산업은 사상최대의 불황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FA산업체들은 한계사업 철수, 유사조직 통폐합, 인원감축, 생산량 축소 등 기업 전반에 걸친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함으로써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기업이 살아남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소 FA업체들은 더욱 경쟁력을 상실, 대기업의 계열화되거나 상당수 업체가 연쇄 도산할 것으로 우려돼 FA산업 구도가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이미 한라중공업이 임직원의 절반인 3천여명을 줄이겠다는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화의를 신청한 수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위시한 삼성그룹도 조직의 30%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두산기계, 통일중공업 등 주요 FA업체들도 이같은 추세를 뒤따를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IMF가 긴급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자동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단기간에 시장잠식이 예상되는 대형차급에서의 품질개선과 경비절감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기아를 비롯, 삼성자동차의 중복투자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 심화되면서 방향을 못잡고 있으며 국내업체간 투자중복이 이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폴란드 등 해외에서의 신규투자도 자금조달 등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는 정부가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으로 기아자동차를 공기업화하겠다는 기아사태 해법도 결국은 국유기업이나 공기업의 민영화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IMF의 반대에 부딪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또 『인도네시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IMF가 우리나라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면 자동차산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간섭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업종은 국내 생산능력이 4백만대에 육박하는 등 공급과잉 문제가 국제적 이슈라는 점에서 IMF가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틈새시장 공략` 맞대응 태세 한편 IMF의 긴급자금 지원을 계기로 외국 계측기기업체들은 국내시장 공략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품질을 내세운 외국 계측기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화 되면서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계측기기부문 무역적자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HP와 플루크사가 계측기기 공동마케팅 제휴를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고 텍트로닉스, 안리스윌트론, 어드반테스트 등 외국업체들도 국내 통신시장의 성장에 맞춰 전자통신용 계측기기 판매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외국업체들의 공세를 보아온 국내 계측기기업체들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업체들은 나름대로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기술을 십분 활용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범용 계측기기사업에서 탈피해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첨단 전자통신 계측기기 개발에 힘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수요가 많으면서도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거나 국산화가 미흡한 계측기기들을 선정, 국산화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