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은 속 빈 강정인가.」
게임산업에 앞다투어 뛰어든 대기업들이 연말결산을 앞두고 이같은 푸념섞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97년 게임관련 대기업들은 출시편수 증가에 따라 외형적인 매출은 늘어난 반면 메이저사와의 일괄공급계약을 통한 로열티 부담 상승으로 외화내빈의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대기업간 경쟁이 치열했던 PC게임분야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업체는 SKC와 삼성영상사업단이며 그 뒤를 LG소프트와 쌍용이 좇고 있다.
SKC는 올해 최다 출시편수인 35편의 타이틀을 내놓고 이중 3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최고 인기게임 「디아블로」를 비롯해 「버추얼 파이터2」 「캠퍼스 러브스토리」 「소닉시리즈」 「버추얼 캅」 「카르마」 「월드와이드 사커」 「주라기 원시전」 등 1만장 내외의 흥행작들을 양산하면서 대기업 중 히트율이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올해 게임부문에서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당초 매출목표인 70억원에는 못미치지만 대기업 중에서는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영상사업단은 상반기 20억원을 밑돌던 PC게임 부문 매출이 하반기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SKC와 수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약 30편의 신작 타이틀을 출시해 이중 「KKND」 「레이맨 시리즈」 「세븐스 리전」 등의 히트작을 냈으며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의 경우 초도물량 1만장이 팔려나간 후 각종 게임 인기순위를 석권하면서 연말까지 무난히 2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장을 겨냥해 내놓을 예정인 번지 소프트사의 전략게임 「미쓰」의 경우도 미니멈개런티 2만장을 확보해 놓고 있는 상태. 삼성영상사업단은 기존의 어클레임, UBI 이외에 올해 세계 2위의 게임공급업체인 GTI사와 독점판권계약을 맺음으로써 메이저 공급선을 늘렸으나 패키지로 구매한 15개 타이틀 중 빅히트 예상작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한 편으로 「흙 속의 진주를 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나머지 타이틀의 흥행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60억원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의 PC에 번들로 공급한 타이틀 매출까지 합칠 경우 SKC를 박빙의 차이로 앞지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소프트는 올해 20여편의 타이틀을 출시해 이중 「스톤 엑스」 「다크 레인」 등의 히트작을 냈으며 크리오, 액티비전, CUC 등 기존 거래처 이외에 올해 블리자드라는 대어를 낚았다. 이 회사는 연말성수기를 앞두고 출시될 블라자드사의 대작 「스타크래프트」가 예상만큼 히트할 경우 올해 5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쌍용은 올해 상반기 잇단 유통업계의 부도와 함께 3∼4개월 가량 타이틀 출시를 중단한데다 5월부터 시작한 직판유통이 대작 게임 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올해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들 대기업 4사는 동서게임채널, 비스코 등 게임시장의 시장점유율 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전문 중소업체의 매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게임 타이틀 편당 수익률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게임관련 대기업들이 뿌리를 내리고 국내시장에서 당초 의도한 대로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시장조사를 통한 정확한 수요예측」과 「차별화된 마케팅」, 「유통망 정비」, 그리고 「중소 게임업체와 협력을 통한 국산게임 개발」 등에 주력해 내실 있는 게임사업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