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업자(PP)들은 보급형 채널, 채널 티어링(Tiering)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장르변경이나 위성방송 채널의 허용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 PP들은 최근 열린 실무 대표자 회의에서 보급형 채널, 채널 티어링, 장르변경, 위성채널 등 현안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보급형 채널과 채널 티어링 문제는 중계유선 사업자와 본격 경쟁체제에 들어간 SO들이 보급형 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채널을 육성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해 왔으며 장르변경 문제는 시청률이 저조한 PP들을 중심으로 수면하에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채널 티어링이나 장르변경 등의 문제는 워낙 케이블TV 사업자들간에 이해 관계가 엇갈린 민감한 사안인데다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공론화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29개 PP채널을 인위적으로 나누어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보급형 채널이나 채널 티어링은 시청률이 저조한 PP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었다.
그러나 이들 주요 현안들은 PP들의 생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데다 SO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PP들로서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PP사들은 최근 실무 대표자 회의를 열고 채널 티어링, 장르변경, 위성채널 등 케이블TV 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상당부분 조율, 지난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PP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케이블TV협회가 주관한 PP토론회에는 협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공보처,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방송개발원 등 정부부처 및 관련 기관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 향후 정책결정에 상당부분이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P사들은 최근 개최된 실무 대표자 회의를 통해 현재 SO들이 주장하고 있는 보급형 채널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PP사들은 종합유선방송국(SO)들이 중계유선에 대응하기 위해 보급형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종합유선 사업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SO들이 중계유선과 똑같은 보급형 채널을 시행할 경우 SO와 중계유선 간에 차이가 사실상 없어진다는 것이다. PP들은 만일 SO가 보급형 채널을 도입한다면 PP들도 중계유선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널 티어링 역시 PP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SO들이 채널 티어링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티어링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한 도입시기를 미뤄야만 취약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PP사들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이 높은 일부 PP들이 이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고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반대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특히 시청률이 낮은 PP들은 채널 티어링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실무 대표자회의에서 PP들은 채널 티어링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패키지(채널의 묶음)에 대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채널 티어링 제도를 도입할 경우 1개 SO에 대해 3개월 정도 시험 운영해 본 후 시행여부를 추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패키지의 구성방안도 지역적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안이 나올 수 있음을 감안, SO와 PP간 협의 또는 PP가 제시한 안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입장이다.
장르 변경 문제에 대해서는 PP들간 의견이 상당부분 접근된 상태다. 특히 사업구조가 악화된 PP사가 장르변경을 희망할 경우 기존 PP사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보처가 변경허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위성방송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된 의견을 도출했다. 케이블TV 프로그램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선 위성방송 사업자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PP가 직접 위성채널을 편성, 운영하는 게 수지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케이블업계는 몇몇 쟁점사안에 대한 PP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재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 오던 케이블TV업계의 주요 현안들이 이번 PP실무 대표자회의를 계기로 더욱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