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도 호환성 시대]

일반적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분야에서 범용성을 의미하는 「호환」개념이 가전제품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PC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상이한 기종의 제품을 동시에 사용할 때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호환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호환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가전산업계에도 최근들어 호환성에 입각한 제품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정보가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가전제품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일본에서는 일본전신전화(NTT), 카시오, 샤프 등 8개 업체가 모여 인터넷TV, 휴대형 정보단말기(PDA)등 정보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상호접속 테스트를 했다. 네트워크 접속기능을 지닌 가전제품들이 제조업체나 기종에 따라 세부적인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단말기 간에 데이터를 주고 받을 경우 글자가 깨지거나 문자열이 흐트러지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TV가 PC보다 훨씬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가전업체들 입장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 이어 지난 9월 NEC, 후지쯔, 일본IBM 등 모두 11개의 컴퓨터업체들은 중대형 컴퓨터나 서버와 정보가전제품을 접속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우선 각사의 중대형 컴퓨터와 서버 및 이들 제품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상에서 상호접속 및 작동이 되는지를 검증하고 내년에는 정보가전제품이나 휴대형 정보 단말기를 대상으로 이러한 실험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업체마다 설계사양이 다른 중대형 컴퓨터나 정보가전제품이 보다 완벽하게 접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정보 가전제품을 통해 쌍방향 데이터 교환이나 전자상거래 등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호환성 개념이 적용되는 것은 인터넷 TV만이 아니다. 디지털 TV,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제품들은 제품상호간이나 PC 및 프린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가전제품에 「홈 네트워킹」기능이 확산됨에 따라 데이터를 전송하는 규격이나 연결포트의 규격에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이 수요를 확대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데 기본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인 홈 네트워킹 규격으로 부상하고 있는 「IEEE-1394」는 PC와 주변기기를 단 한개의 케이블을 사용해 직렬로 연결해주는 범용직렬버스(USB)와 동일한 개념으로 디지털 가전제품과 PC 등을 접목시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IEEE1394 규격은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VCR, 디지털 세트톱박스 등에 속속 채용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가전업체들 사이에는 물론 컴퓨터나 네트워크 관련 장비,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가전업체들 사이에 특정한 제품을 상품화하기에 앞서 상호 연결동작 시험을 하는 것도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전자 전략기술 연구소 김상훈 연구원은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가전제품에 네트워크기능이 확산됨에 따라 세트메이커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의 시스템과도 연계되어 무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호환성이 넓은 제품 개발을 요청받는 시대에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