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모」 「개오동」 「네모동」 「고개동」 「GMF」…….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낯선 이같은 이름은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접촉해봄 직한 곳이며 게임마니아들에게는 최대 의견 집결소인 PC통신 게임동호회들이다.
현재 국내 4대 PC통신상에 등록된 게임동호회는 하이텔의 「개오동」 「하이텔 모뎀플레이」, 천리안의 「네트워크&모플」, 나우누리의 「나모모」 「게임매니아」, 유니텔의 「게임동」 「게임사랑」 등등 수십개를 헤아린다.
이들 모임의 회원은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40대 중년까지 골고루 포진, 회원수가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게임장르에 따른 동호회까지 결성되는 등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동호회는 단순한 친목성격을 뛰어넘어 신작 소개, 구매방법 등 정보제공자 역할은 물론, 게임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하는 등 게임시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시험판을 통신상에 올려 이들을 통해 사전평가를 받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동호회 회원 가운데 상당수가 게임 전문가이기 때문에 개발업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용상의 문제점, 기술문제, 유통상의 문제점 등이 이들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다.
게임업체는 이들을 통해 도출된 점을 참조해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거나 내용상 문제점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같은 활약은 동서게임채널이 수입판매 예정인 미국 EA사의 축구게임 「FIFA 98」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나우누리 「나모모」의 회원인 이정수씨(나우누리 ID: flowerer)는 이 게임 시험판에 한국축구팀에 대한 잘못된 데이터가 있다며 EA사에 전자우편으로 수정요청을 했고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EA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수정한 후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 가운데 하나인 EA사가 한국의 게임마니아로 인해 출시시기까지 늦추면서까지 수정작업에 들어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은 사례 탓인지 최근에는 외국 유명 게임업체들이 국내업체와 총판계약을 맺기도 전에 국내 PC통신에 직접 시험판을 올려놓기도 한다.
게임에 대한 높은 평가를 이끌어 좁더 좋은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외국업체의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지만 동호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 중 「창세기전」 「포가튼 사가」 등도 동호회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제품이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동호회 게시판을 통해 극찬이 쏟아져나왔고 이같은 평가는 판매량으로 바로 이어졌다.
LG소프트는 지난달 29일 게임 동호회 회원을 대상으로 「다크레인 게임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동호회를 통한 제품 홍보활동까지 펼쳤다.
나모모의 2대 회장인 김치현씨는 『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생성하기 시작한 게임동호회가 현재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고 그만큼 통제도 힘들다』며 『동호회의 가치를 더욱 더 높이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좀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