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AST사 구조조정 배경과 전망

삼성전자가 이번에 해외자회사중 하나인 미국 AST리서치사에 대한 대폭적인 감원을 결정한것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로 들어선데 대응해 앞으로 단행할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한편으로는 올들어 AST의 지분을 전량 매입하면서 삼성전자의 PC사업 자체를 AST로 일원화하는 등 AST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추진이 그 효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극약처방이라볼 수 있다.

AST는 삼성전자가 지난 95년 2월 당시만해도 세계 5위의 컴퓨터 메이커라는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부담을 감수하고 AST를 인수하게 된 것도 이를 계기로 PC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 독자적으로는 세계 PC시장에서 선두그룹에 진입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에 잔여주식 공개매수까지 포함해 AST 인수에 총 4억7천7백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AST는 삼성전자로 넘어간후 경영정상화는커녕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벼랑끝으로 몰림으로써 외부에선 물론 사내에서조차 회생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AST는 지난해 적자폭이 1천7백45억원으로 늘어났다. 올들어서도 지난 1.4분기에만 1억1천만달러의 순적자를 기록했으며 매출액도 3억4천7백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35% 정도 줄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AST 인력 중 상당수 우수인력이 삼성전자 인수후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AST를 인수하게 된 근본취지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미국 현지에 근무중인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기업으로 넘어간 미국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대부분 더 떨어졌다』면서 『AST는 그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올들어 AST 경영을 직접 관장키로한 것도 AST의 미국내 브랜드 인지도 이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연유하고 있다. 그룹비서실 출신의 김순택 사장을 AST 경영책임자로 급파하고 국내 PC사업부를 AST로 통합시켜 연구개발에서부터 상품기획, 구매, 생산 및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 AST 중심으로 컴퓨터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번 AST 감원결정과 기능 축소조치는 그래서 삼성전자의 경영 슬림화와도 맥을 같이하고있다. 앞으로 삼성 자체의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우선 해외사업장인 AST부터 최대한 슬림화시켜 적자를 줄이겠다는 긴박한 조치인 셈이다.

컴퓨터사업의 세계 일류목표로 출발한 삼성전자의 AST 인수가 이제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쪽으로 급변한 이번 조치는 또 앞으로 삼성의 경영여건에 따라 더 강력한 극단 처방을 내릴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