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통신서비스 시장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처럼 요란한 홍보와 광고를 앞세워 마침내 지난 10월 1일부터 서비스에 나선 개인휴대통신(PCS)를 바라보며 소비자들이 되내이는 말이다.
한솔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등 PCS서비스 3사는 단말기 부족으로 2백만명이 넘는 예약가입자에게 제때 단말기를 제공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여러가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큰 기대감을 갖고 마침내 PCS의 뚜껑을 열어본 실제 가입자를 비롯해 예약가입자, 대리점, 경쟁사들은 「빈 수레가 요란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PC통신과 언론사 독자투고를 통해 PCS3사와 언론에 두번씩이나 속았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PCS 과연 꿈의 통신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K모씨는 평소 PCS가 값도 싸고 통화품질도 좋다는 얘기를 듣고 8월 초에 예약한 후 10월에 가입하는 순간 첫번째로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단말기 가격이 당초 예약받을 때 제시했던 20만원대보다도 비싼 40만원대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말기를 제때 받지 못한 예약자가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지만 PCS를 사용하면서 또한번 속았다는 생각에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제자리에서 사용할 때는 통화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지만 한강다리를 건너거나 올림픽대로를 달릴 때, 지하도를 건너거나 터널을 지날 때 통화가 끊어지기 일쑤인데 아무리 서비스 초기지만 너무하다는 것. 「꿈의 통신」에 대한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져 허탈감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게 K모씨가 남긴 글의 마지막 대목이다.
주부인 L모씨도 「PCS 고객은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값도 싸고 부가서비스도 다양하다는 광고를 본 후 기대감을 갖고 PCS를 신청했지만 지금은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초 20만원이라던 단말기를 2배 가까이 비싼 40만원에 구입한 것도 속상한데 사용해본 결과 여러가지 부가적인 서비스가 있다는 광고와는 달리 비슷비슷한 서비스가 종류만 많을 뿐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을 뿐 아니라 지하나 건물 안에서 통화가 매끄럽지 못해 실망감만 안겨줬다고 한다. 해약을 결심한 L모씨는 PCS사업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상 해약자에 대한 구제계획을 세워줄 것을 촉구했다.
PC통신 사용자인 G모씨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준비하지 못한 PCS사업자뿐 아니라 이를 방관해온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PCS사업자들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데도 언론이 이를 지적하기 보다는 기존 휴대폰보다 가입비도 싸고 통화품질도 좋다고 운운하며 PCS사업자를 두둔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G모씨는 언론이 PC통신 토론실과 PCS사업자들의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사용자들의 불만에 귀기울여 줄 것을 호소했다.
PCS에 실망한 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PCS대리점도 마찬가지다. 부천에서 PCS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C모씨는 서비스 전까지만 해도 예약자들이 몰려와 큰 기대감을 가졌지만 서비스개시 이후 단말기가 턱없이 부족해 예약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으며 최근엔 기다림에 지친 예약자들이 해약하거나 다른 휴대폰 대리점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며 울상이다.
그러나 PCS3사는 이런 불만의 소리에 대해 『단말기업체들이 충분한 물량도 공급하지 못하면서 가격만 올리고 있다』며 단말기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분한 준비없이 출발한 PCS서비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린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채 싹도 트지 않은 시티폰을 고사위기로 몰아간 반면에 경쟁상대인 휴대폰사업자들의 콧대만 높여준 꼴이 됐다』며 PCS사업자들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그는 또 『수백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해 소비자의 시선을 한순간 사로잡을 순 있지만 소비자를 이런 식으로 계속 실망시킨다면 꿈의 통신이 그야말로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도 있다』며 PCS사업자들은 지금이라도 소비자에게 깊이 사과하고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