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멀티미디어 사업의 중심축으로 추진해온 방송분야는 아직 미성숙 단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케이블TV와 함께 방송산업 진출의 양대 축으로 인식돼온 국내 위성방송은 관련법 미비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해외 위성방송 진출의 경우도 대우그룹만 개략적인 윤곽을 그려놓고 있는 정도다.
국내 대기업들이 영상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해온 대표적인 신규사업 중 하나인 케이블TV 역시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 삼성, 대우, 코오롱 등 국내 굴지의 그룹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 공급(PP)분야의 경우 케이블TV 방송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적자와 경영수지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방송과 KMTV가 지난해 각각 2백19억원과 1백25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캐치원과 Q채널이 각각 1백58억원과 1백25억원대, 대우그룹의 영화채널인 DCN이 1백26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코오롱, 동아그룹 계열 등의 케이블TV PP사업자들 역시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케이블TV 사업의 전반적인 위기국면에도 불구하고 한전, 제일제당, SK그룹 등이 YTN, m.net, 마이TV 등의 경영권을 인수해 케이블TV 산업에 신규 진출했으나 어느 정도 경영수지가 개선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케이블TV 분야가 기대한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 케이블TV 시청인구가 2백50만가구를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유료 시청인구가 82만여가구에 불과해 기본적으로 수신료 수입이 적은데다 케이블TV가 광고매체로서 명확하게 자리매김을 하지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그동안 공보처가 가입자 확보 위주의 케이블TV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작 중요한 프로그램 공급분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케이블TV 사업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들 대기업 계열 PP사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TV나 지역 민방에 활발하게 공급되면서 국내 프로그램의 제작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부 PP들의 경우 해외에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본격 수출하는 길을 트기도 했다.
게다가 대기업 계열 PP사들은 전체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료를 그룹 계열사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작여건이 열악한 중소 PP보다 국내 케이블TV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적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 계열 PP사들의 경우 시청률 경쟁 측면에서 다른 PP사들을 크게 앞지르면서 국내 케이블TV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우시네마(DCN), 현대방송, KMTV, m.net, 동아TV, Q채널 등 대기업 계열 PP사들이 시청률 경쟁에서 항상 10위권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료채널인 삼성그룹의 캐치원도 SO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평균 5∼6위권내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계열의 LG홈쇼핑은 홈쇼핑채널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매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이 추진중인 방송산업 성과는 내년쯤 구체적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내년중 2차SO(종합유선방송국)가 개국하고 케이블TV 시청가구가 4백여만에 달하면 수익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라이브러리 축적」이란 기본목적에서 출발했던 대기업들의 방송산업 진출전략이 최근에는 수익구조개선이라는 단기과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어 이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