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직판체제 구축 요원한가]

게임 직판체제 구축은 요원한 일인가.

게임 유통구조가 2∼3년 내에 총판에서 직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던 PC게임업계의 예상과 달리 선발 대기업들의 직판체제 구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LG소프트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직판체제를 도입했다가 3개월만에 철수한 데 이어 (주)쌍용도 화제작 「툼레이더」 출시와 함께 총판체제로 선회할 것임을 예고, 결국 총판을 고수하고 있는 곳은 동서게임채널뿐이다.

현재 국내 PC게임업계의 유통구조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게임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은 전국적으로 약 3천개로 5평 내외의 영세 숍이 대부분이다. 이들 게임숍에 신작 타이틀을 공급하는 크고 작은 유통사는 서울 및 지방을 합쳐 30군데 정도 되는데 잇단 부도의 여파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유통사 중 제작사와 총판계약을 할 만한 여력을 가진 곳은 동서CD, 비앤티, 소프네트를 비롯 6∼7군데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기업 중 삼성영상사업단, LG소프트, (주)쌍용, SKC, 현대방송, 쌍용정보통신 등 대기업군과 업계 매출순위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동서게임채널, 비스코 등 전문중소기업들이 제작사로서 참여하고 있다.

이들 제작사들은 동서게임채널을 제외하고는 국내 유통사 중 한 곳을 선정, 신작타이틀의 흥행성에 따라 수천개에서 최고 4만개까지 미니멈 개런티(총판사가 최소판매를 보장하는 수량) 및 무반품 조건으로 55∼60%까지 고마진을 보장해 주는 총판계약을 맺고 있다.

올들어 대기업들은 이같은 유통단계 마진폭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앞다투어 직판체제 도입을 검토했다. 게임업계가 말하는 「직판」이란 비디오와 같이 제작사가 영업사원을 두고 숍에 직접 신작타이틀을 배달해 주거나 30개 유통사와 개별계약을 맺거나 전국을 커버하는 대리점망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1개 이상의 유통사와 미니멈 개런티 없이 대리점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은 직판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일 뿐 실질적으로는 「대리점 체제」』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대리점 체제는 원래 SKC, 동서게임채널, 소프트 라인, 소프트 타운 등이 참가했던 지난 90년대 초반에 PC게임시장에서 일반화됐던 방식이다. 지난 95년말 동서게임채널이 총판체제를 선언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잇달아 동서를 좇아 대리점을 포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총판체제가 정착됐던 것. 그러다가 올 상반기 동서게임채널, 쌍용, LG소프트 3사가 다시 대리점체제로 복귀했다가 이를 또 번복하면서 게임시장 유통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 유통이 추구해야 할 기본방향은 직판이고 그 중간단계인 대리점체제가 총판보다는 선진 유통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총판은 제작사의 마진이 너무 적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유통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 또한 총판업체들은 대작의 판매에만 주력하기 때문에 A급과 B급 타이틀 간의 판매량 격차가 너무 심하고 전국을 커버하지 못해 유통의 범위가 축소되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총판의 경우 영업에 개입할 수 없어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려운데다 수금 역시 원활하지 못해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제작사들이 대리점 체제 굳히기에 잇따라 실패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게임시장의 규모가 너무 적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시장규모가 1천억원 정도는 돼야 전국적인 대리점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상태에서 무리하게 대리점체제를 고집할 경우 총판업체들이 대리점계약을 거부해 결국 대작 타이틀이 최종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함으로써 판매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또한 그동안 직판을 도입한 업체 가운데 일부는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가 현금으로 거래를 원할 경우 정식 대리점과의 마진 격차 없이 그대로 물건을 공급하는 등 실질적으로 대리점계약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 유통사들의 반발을 산 것도 직판정착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인 게임분야에 뛰어들어 유통사보다 오히려 제작사 수가 많은 기형적인 게임구조를 만들어 놓은 만큼 초기투자를 감수하더라도 직판체제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초창기에 SKC가 했던 것처럼 전국적인 대리점망을 확보하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외국 메이저사와의 판권계약에 쏟아붓는 구매자금을 유통망을 직영점 확보 등 유통망을 정착시키는 데 투입하면 장기적으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유통의 대세가 다시 총판으로 흘러갈 것인지 시행착오 끝에 직판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