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소 3000개 돌파] 「연구개발의 기업화」

대우전자 배순훈 회장

연구개발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행동이다. 새로운 상품 개발은 기업이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시장의 위치는 상품의 성능(품질)과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면 그 시장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할 수 있고 적절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기존 상품이라도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능과 원가절감을 달성할 수 있으면 역시 경쟁업체와 차별화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기업의 실적은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판매에 따라서도 다른 만큼 연구개발과 이익의 상관관계를 직접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익에 기여하는 모든 변수를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것(선형화)이 불가능한 만큼 미래 실적에 대한 연구개발의 기여도는 경영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기술의 확산은 크게 기업 내부의 확산, 기업 외부의 확산 등 서로 목표가 다른 두 가지 활동으로 분류하여 고려할 수 있다. 내부확산은 기업활동 즉,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해 판매하는 활동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신속히 이루어져야한다. 연구개발 활동을 다른 기업활동과 분리하여 전문가 집단의 활동으로 고립되게 만들면 생산, 판매부서 활동과 격리되어 효율이 감소된다. 특히 연구 개발이 시장 요구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의 결과인 발표 논문(학술논문)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위 이론에 그치게 된다. 연구개발을 판매활동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결과를 판매량과 이익 등 금전적인 지수로 측정하면 연구개발 활동의 고립화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획기적인 연구개발 활동인 경우 시장의 변화 이전에 연구개발의 혁신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이므로 모든 연구개발 활동이 시장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의 필요성 파악에서 시작하는 일상적인 개발 활동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구상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활동을 한 조직 내부에서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내부혁신 조직(Internal Corporate Venture)을 만들어 한시적인 조직으로별도 운영하는 것도 창의성을 조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술의 기업외부 확산은 해당 분야에서 그 기술이 사실상 업계표준이 되는 경우 기술에 대한 한계회수율이 증가할 수도 있다. 특허권으로 기술을 보호하면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독점적인 시장체제에 도전하는 경쟁기업에서 대안을 창출하여 시장이 갑자기 감소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술을 널리 보급하여 공급체계를 다원화하면 그 기술이 사실상 업계표준이 되고 기술의 보급범위나 수명이 확대되어 수익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만큼 시장의 필요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후에 확산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연구개발의 기업화는 조직내 각 부서들의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활동을 허용하는 체제에서 가능하다. 점진적인 혁신과 획기적인 혁신 부서의 균형 있는 조화와 독립적 운영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산업계의 사실상 표준에 대한 전략은 전형적인 게임 이론 접근방법으로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