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업계 인사 태풍]

디스플레이업계가 인사태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 8일 대우그룹 인사에서 오리온전기의 사령탑이 교체된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관, LG전자 등 디스플레이 관련3사와 대우그룹에서 인수한 한국전기초자도 인사태풍의 눈에 놓여 있다.

디스플레이업체 중에서 가장 빨리 사령탑이 교체된 오리온전기의 인사는 이미 예견됐던 일.

엄길용 사장은 지난 5년 동안 최고경영자로 장기집권해왔다. 여기에 브라운관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영난을 쇄신시키기 위해 이번에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외에 나돌았다. 결국 이같은 설이 맞아떨어져 엄 사장은 미얀마법인 사장으로 물러나게 됐다. 후임에 대우전자의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김영남 사장이 선임됐다. 실무형인 김 사장은 대우전자 사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유리관련 사업을 벌여왔던 「G프로젝트팀」을 이끌어와 오리온전기의 사업과도 업무상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김 사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의외라는 평. 오래 전부터 회장단과 사장단을 해외법인으로 내보내는 대신 국내 경영층은 젊은 사장으로 물갈이해 새로운 분위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40대의 새로운 인물이 중용될 것으로 예견됐다.

정작 이번 인사에서 50대인 김 사장이 중용되면서 김우중 회장의 「용병술」이 새삼 널리 회자되고 있다. 소위 물먹었다는 인사들을 잊지 않고 중용하는 「박정희」식 인사스타일을 그대로 닮았다는 것. 오리온전기는 이번에 최고사령탑이 교체되면서 임원인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 당분간 인사바람은 계속 불 것 같다.

지난 4일 대우그룹으로 인수된 유리벌브업체인 한국전기초자도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은 지난달 말에 대우전자부품 사장과 대우전자 국내영업본부장을 지낸 서두칠 부사장을 한국전기초자의 고문으로 내정하고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측은 서 고문을 한국전기초자의 사장으로 내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총일정 등을 고려해 이 달 말쯤 발표할 방침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삼성그룹의 인사도 관심사다. 예전과 다르게 인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 않은 가운데 국내 최대의 브라운관업체인 삼성전관의 사령탑이 바뀌는 것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현재 전관의 경영혁신을 이끌고 있는 손욱 사장의 유임설이 만만치 않는 가운데 교체설도 나돌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동향을 중요시하는 삼성그룹측의 스타일을 봐 일본통인 손 사장이 일본지역 법인장으로 나갈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와 함께 사장단 인사 이후에 조직의 군살빼기 차원에서 대폭적인 임원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이래저래 인사정국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사장단 인사 이후 임원들의 후속 인사를 남겨놓고 있는데 LG전자가 오는 23일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LG전자의 임원인사와 관련, 무성한 말들이 나돌고 있으나 의외로 디스플레이사업본부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다. 다만 디스플레이 해외사업을 담당하던 허경수 이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임하고 그 후임을 조기송 상무가 맡게 됐다. 오히려 말이 없어야 할 LCD사업본부의 경우 대폭적인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LG반도체와의 관계를 고려, LCD사업본부장의 직급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하고 이 자리에 사장 직속의 모 부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