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유통업계 여신거래 사실상 무산 위기]

경제위기로 기업의 부도사태가 속출하고 어음결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부품유통업체의 여신거래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영업이 「개점휴업」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부품을 수입판매하는 업체들의 경우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외국으로 부터 부품수입이 어려울 뿐아니라 국내 수요도 줄어 이중고통을 겪고 있다.

일반부품 및 컴퓨터부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A전자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해 지난 11월 중순부터 영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데다 최근에는 어음결제의 불안감으로 현금위주의 영업으로 전환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팔리지 않는 상황도 문제지만 1천3백원선이 넘어선 환율로 인해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며 『또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결제할 경우 불안감으로 인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도소식이 들릴때마다 이미 받아둔 어음을 꺼내 확인하는 작업이 하루일과가 되어 버렸다』며 『경영진실이 전시의 종합상황실로 바뀐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이 이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부품유통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전자상가에서 어음과 같은 여신거래는 그동안 일반화된 거래로 전체 거래의 90%이상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발행한 어음은 차치하고 일부 대기업이 발행한 융통어음도 은행권에서 할인이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최근 슈퍼캄코리아의 변인호 사기사건과 동광 부도 등 부품유통업체의 악재가 겹침에 따라 자금구하기가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

어음이 융통되지 않으면 사실상 거래는 어렵다. 통신부품 대리점인 M사의 한 관계자도 『요즘 받아놓은 어음은 돈이 아니라 골치덩어리』라며 『어음을 받는 것도 무리이지만 어음을 발행한는 것 또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금거래위주의 영업은 일부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영업의 축소를 뜻한다. 또 최근의 경기로는 현금동원이 어려워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상태이다. 『어음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덜보는 것인만큼 안정적이고 축소지향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실상 거래는 없는 형편』이라고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최근 한라그룹의 부도와 고려증권 등 제 2금융권의 부도에다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의 경영악화설은 전자유통업계의 어음유통을 더욱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 자금난의 여파로 간접충격을 받는 기업도 있다. 부품유통 S전자의 경우 업계 1위의 자리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업체. 이 업체는 자금력과 신용도에서 대기업군으로 분류돼 어음할인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쇄적인 도산과 자금한파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로 이미지에 적지않은 피해를 입었다.

『자금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간접 피해로 상황이 급박한 업체들과 같이 묶여져 신용도에서 동반추락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어려울때 일수록 객관적이고 냉철한 이성으로 시장상황을 추스려야 할 것』이라고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