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절약 및 소비절약 운동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외산가전 수입업체들이 판매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전반의 경기침체와 국제통화기금(IMF)의 된서리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외산가전업계가 직접적인 한파를 맞고 있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뿐만 아니라 독일 마르크화, 일본 엔화 등의 폭등으로 인한 환차손까지 그대로 떠안아 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기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브랜드 가전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백색가전은 월 평균 최소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IMF 자금지원 결정이 확정된 후로 매기가 급락해 이달 매출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월풀 가전제품 취급사인 두산상사 역시 이달 들어 판매량이 다른 달에 비해 30∼40% 가량 감소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50% 이상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독일 지멘스 가전제품 공급사 미원통상, 미국 키친에이드 공급사 동양매직, 유럽 일렉트로룩스 공급사인 효성물산 등도 최근 매출은 최소 30% 이상 감소했다.
이외에도 아마나 냉장고, 보시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을 공급하는 한경테크노라이프의 경우 외산가전 매기가 크게 떨어지자 전국 27개 매장 가운데 16개 매장을 이미 철수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1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원 미만일 때 책정한 소비자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최근 달러환율이 1천4백원까지 치솟으면서 40% 이상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매출 격감을 우려해 가격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색가전은 당초 이달 초부터 가전제품 가격을 10∼15%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연말께 환율이 1천5백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이를 전면 유보하기로 하고 현재 인상폭을 재조정하고 있다.
두산상사도 이달 가전제품 판매가격을 소폭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환율변동이 심해 인상기준을 정하지 못한 상태며 미원통상, 동양매직, 효성물산 등도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널뛰기식 환율변동에 얼마나 인상해야 할지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달 들어서는 환차손이 커져 일부 제품은 제값을 받고 팔아도 이익은커녕 판매금액의 5% 정도 손해를 보고 있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