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기술동향과 매출현황-컴퓨터산업 (상);하드웨어 부문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몰아닥친 한파는 컴퓨터산업에도 예외없이 큰 영향을 미쳤다. PC와 주변기기는 물론 중대형 컴퓨터 수요가 연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으며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관련업체들의 채산성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먼저 PC는 교육망 및 행정전산망 수요가 지난해보다 무려 2.5배 정도 늘어난 51만6천여대에 달했음에도 전체적으로는 큰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다. 관련업체들은 올해 PC시장이 15%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아래 판매목표를 크게 늘려잡았으나 실제로는 지난해에 비해 약간 증가한 2백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일반 가정과 기업체의 PC수요가 처음으로 감소해 전년대비 약 15% 마이너스 신장한 1백40여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PC 민간수요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업체들 채산성 최악 여기에다 행망 저가낙찰, 컴퓨터 메인부품의 급격한 기술발전, 마이크로프로세서 가격하락 등에 따른 빈번한 모델교체로 대기수요자들의 PC구매를 더욱 망설이게 했으며, 기업시장은 계속된 경기불황속에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여파와 기업의 구조조정 확산 등으로 수요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PC시장은 신개념의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했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기업의 네트워크 자산을 활용하면서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네트워크컴퓨터(NC)가 눈길을 끌었다. 하반기들어 LG전자가 NC인 「넷챔프」를 내놓은 데 이어 삼성전자가 NC개념을 도입한 넷PC 「매직스테이션 넷」을 선보였으며 삼보컴퓨터도 넷PC개념의 기업용 PC를 해외시장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PC와 TV의 결합을 추구한 새로운 제품들이 선보였다. 대우통신이 지난 10월에 내놓은 멀티미디어PC 「웹스테이션」은 컴퓨터를 TV에도 연결해 일반 PC기능과 함께 영상,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각종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제품에 속한다. 또 24인치 와이드모니터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를 채용한 삼성전자의 「텔레PC」, 인터넷과 방송이 결합된 인터캐스트기능의 삼보컴퓨터 PC, 그리고 위성방송 수신카드를 내장한 PC 등 TV의 영역을 파고드는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PC주변기기도 경기침체에 따른 극심한 내수불황으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그러나 펜티엄 및 펜티엄Ⅱ 등 고성능 멀티미디어PC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PC주변기기의 고급화가 급진전된 양상을 보였다.
프린터의 경우 당초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16% 증가한 1백40만대로 예상됐으나 경기위축으로 1백30여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잉크젯프린터는 1백만대, 레이저프린터는 30여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프린터제품 사이클이 크게 단축됨에 따라 신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가격파괴와 성능의 고급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사진처럼 선명한 인쇄물을 출력해주는 「포토프린팅기능」을 채용한 잉크젯프린터가 속속 출시돼 인쇄품질의 고급화를 선도했다.
CD롬 드라이브를 주축으로 한 기억장치분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속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올초 16배속 제품의 출시를 기점으로 3개월 주기로 20배속, 24배속 등 CD롬 드라이브의 고속화가 급진전되면서 급기야 배속경쟁의 종착점으로 알려지고 있는 32배속 제품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CD롬 배속경쟁 절정` 특히 기억장치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것은 DVD롬 드라이브의 등장.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DVD롬 드라이브 생산업체들이 1배속에 이어 24배속 CD롬 드라이브의 속도와 맞먹는 2배속 DVD롬 제품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대용량화도 급속히 이루어졌다. 올초까지만 해도 2GB용량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이보다 2∼4배나 용량이 많은 4∼8GB급 HDD들이 속속 선보이면서 주력제품군으로 등장했다. 또 PC의 멀티미디어환경이 급진전되면서 CD롬 타이틀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CD 리라이터블(RW) 등 차세대 기억장치들도 대거 등장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PC에 내장되는 보드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있기는 마찬가지. 우선 그동안 대만제품이 주도해온 주기판시장은 국내 중소전문업체의 몰락으로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등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VGA카드분야는 TV수신, 오버레이, MPEG, 사운드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기능을 하나의 카드에 적용한 통합 VGA카드가 주력제품으로 급부상했으며, 특히 DVD 오버레이기능을 지원해 극장식 AC3 돌비사운드 등 고품위 멀티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는 DVD보드의 전격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중대형 컴퓨터는 주 수요처인 공공부문과 금융, 그룹계열 대기업들이 잇따라 올해 계획했던 전산투자 집행을 축소 조정하거나 무기 연기하고 내년 전산투자도 대폭 삭감할 태세를 보임에 따라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해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15% 정도 늘어난 8천5백억원 상당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35%의 성장률을 보인 지난해 중대형컴퓨터 시장규모와 비교할 때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성장률은 중대형컴퓨터의 성능향상 및 대형화 추세에 비추어볼 때 거의 제로 성장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을 컴퓨터 기종별로 살펴보면 메인프레임의 경우 제3세대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가 탑재된 제품이 대거 출시돼 바이폴러칩을 CPU로 탑재한 메인프레임은 이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와 더불어 CMOS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발전, 칩 하나가 60MIPS(초당 1백만 명령어처리 속도)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올해 메인프레임분야에서 주목되는 점은 인터넷, 인트라넷 등 네트워크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전산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운용체계를 비롯, 아키텍처가 유닉스에 버금가는 개방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윈도NT` 새 강자로 유닉스서버에서 올해 주목되는 변화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64비트 CPU를 탑재한 시스템을 주력기종으로 내놓고 일부 발빠른 업체는 운용체계도 64비트화해 소위 「FOOL64비트」시스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부각되는 점은 그동안 PC서버의 운용체계로 채택돼온 윈도NT의 기능이 크게 향상돼 유닉스서버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윈도NT서버가 유닉스서버 시장을 잠식해오자 유닉스서버 업체들은 비균등메모리접근(NUMA), 크로스바, 클러스터 등 다양한 시스템 확장기술을 이용해 유닉스서버의 대형화를 적극 추진, 메인프레임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워크스테이션의 경우 올해 대부분의 제품이 64비트 CPU를 탑재해 3차원 입체영상, 고성능 그래픽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슈퍼컴퓨터 시장은 정부출연연구소, 대기업 등이 대규모 기종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나름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누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주력기종의 자리를 차지했던 벡터기종이 서서히 사라지고 초병렬처리(MPP)기종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된 모습이라면 모습이다.
<컴퓨터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