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 98년 사업계획 고민]

「내년도 사업계획을 어떻게 짜야 하나.」

요즘 가전3사 국내영업조직 경영기획 담당자는 신년 사업계획 확정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 내년도 사업계획이 이미 확정되고 세부 실천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수립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전3사는 예년에 맞춰 신년사업계획을 지난달 이미 확정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정부가 IMF에 구제자금을 요청하고 기업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각 사 경영기획담당자는 IMF 충격을 반영한 기본계획을 다시 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IMF시대의 내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98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IMF 충격은 가전업체들에 있어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LG전자는 국내영업을 중심으로 지난달 확정했던 판매계획을 놓고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손질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1월 10일까지 IMF의 시장상황이 반영된 새해 영업계획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가능한한 올해 안에 신년영업전략 수정작업을 끝낸다는 계획 아래 실무자를 중심으로 내년도 품목별 수요예측 작업에 착수했으며 최근 대표이사가 바뀐 대우전자 역시 신임사장의 전 사업계획 재검토 지시에 따라 국내영업 판매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내년 영업전략의 기본 골격을 「집중」에 맞추고 있다. 가전3사는 내년 영업계획을 그동안 주력해오던 여러가지 사업분야 가운데 경쟁력이 없는 재래식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전략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경영력을 집중한다는 데 두고 있다.

지금까지 가전3사의 영업기조가 사업확대를 통한 매출액 증가에 맞춰져왔던 것에 비하면 분명 달라진 것이다.

현재 가전업체들의 내수부문 매출계획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IMF시대를 맞아 소비자의 소득감소와 함께 구매심리 위축에 따라 각제품별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여 예매출을 올해에 비해 제품별로 10∼15% 낮춰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은 판매량이 일정수준을 지나 손익분기점을 넘게 되면 순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파는 족족 남는다.

그러나 제품을 수요에 못미치게 생산하게 되면 기회손실이 엄청나다. 따라서 가전3사 계획입안자들의 최대관심은 내년도 가전제품 수요량이 얼마나 되고 이 가운데서 얼마만큼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MF 구제금융 도입결정 이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이미 수요가 10월 대비 10% 이상 줄었다』고 밝히고 『내년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요행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