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세미콘재팬 97」 전시회는 본격적인 3백㎜ 웨이퍼 및 환경대응 시대를 맞은 반도체 핵심 장비, 재료산업의 최신 기술동향을 한눈에 확인시켜준 의미깊은 자리였다.
「3백㎜, 깨끗한 지구,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일본 마쿠하리메세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전공정 분야에서 3백㎜ 관련 기술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인 볼그리드어레이(BGA)와 칩사이즈패키지(CSP)에 대응한 각종 재료 및 후공정 장비들도 대거 출품됐다.
또한 가스스크러버, 이온 필터 등 각종 환경대응 장비와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는 화학, 기계적연마(CMP) 관련 장비 및 소모품이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반도체 회로선폭의 미세화 추세에 따른 각종 검사 및 측정 장비의 출품도 붐을 이뤘다.
우선 컨벤션센터 내 1∼9번 홀에서 전시된 전공정 분야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램리서치, 고쿠사이, 노벨러스 등 세계 주요 장비업체들이 그동안 개발한 화학증착장비(CVD)와 에처 및 웨트스테이션 등 각종 3백㎜ 웨이퍼용 장비들을 일제히 선보여 3백㎜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이번 전시회에 총 7개 모델을 출품한 어플라이드는 3백㎜ 웨이퍼 대응으로 메탈 프로세스용 인티그레이션 장비와 CMP장비, 그리고 새로 개발된 이중 절연막 식각장비(에처) 및 고속가열장치(RTP) 등을 선보였다.
일본 어넬바는 자사의 2백㎜ 웨이퍼 대응 기종과 장치구조가 유사한 3백㎜용 스퍼터(Sputter)인 「I-1201PVD」 모델을 출품하고 이 장비가 2백㎜와 3백㎜ 공정에 동시사용할 수 있음을 집중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램리서치의 옥사이드 식각장비와 베리안의 이온주입기(Ion Implanter), 그리고 고쿠사이전기의 저압화학증착장비(LPCVD) 및 도쿄일렉트론의 코터 앤드 디벨로퍼 장비 등도 3백㎜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제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3백㎜ 장비 도입에 필수적인 국부클린룸(SMIF) 시스템 분야에서는 미국 어시스트사와 독일의 인팹사가 SMIF 시스템용 로드 및 언로드 장치와 초소형 클린룸 설비(Mini Environment)를 각각 선보였고 미국 장비업체인 개소닉은 포토레지스트 제거용 스트립(Strip) 장비의 3백㎜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밖에 일본 도쿠야마사가 3백㎜용 이소프로필알코올(IPA) 증기건조기를, 일본 SMC는 3백㎜ 대응 반도체용 온도조절기(Chiller)를 출품했으며 스미토모정밀과 일본진공기술은 3백㎜용 고속 웨트스테이션 및 이온주입기를 각각 전시했다.
차세대 환경 친화제품 각광` 이러한 3백㎜ 대응 장비의 대거 출품과 함께 이들 유명 전공정 장비업체간 이미지 제고싸움도 치열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사는 부스 전체를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의미하는 문구로 장식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일본 내 최대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과 세계 1위 스테퍼 생산업체인 니콘 또한 어플라이드 바로 옆에 비슷한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각종 이벤트를 잇따라 개최해 참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들 전공정업체 대부분은 핵심 장비들을 위한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주요 고객 이외에는 이곳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등 대외적인 기술노출을 막기 위한 보안유지에도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였다.
반도체 제조과정 중 최고 핵심 공정이라 할 수 있는 리소그래피 분야에서는 니콘, ASML, 캐논, SVG 등 대부분의 스테퍼 전문업체들이 0.25미크론 이하 초미세 회로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한장씩 여러번 찍어내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DUV(Deep Ultra Violet)를 이용한 스캐닝 방식의 리소그래피 장비들을 이번 전시회 주력 제품으로 선보여 리소그래피 장비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CMP 관련 장비 및 소모품의 대거 부상도 이번 전시회가 보여준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였다. 최근 들어 주요 시스템IC 분야는 물론 64MD램 3세대 이상 제품에까지 CMP장비의 채택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자 스피드팸, 스트라스바, 사이벡 나노 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 등 6, 7개 업체가 시간당 40∼6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고기능 CMP장비들을 앞다퉈 선보였다.
CMP 소모품 분야에서도 미국의 3M사가 슬러리(Slurry)가 필요없는 패드(Pad) 제품을, 그리고 일본종합서비스와 이와키펌퍼사가 슬러리 자동공급장치를 동시에 선보여 향후 CMP시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업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올해 처음으로 10∼12번 홀에 별도의 전시부스를 마련한 조립 및 테스트 장비 분야는 반도체 미세화 추세에 따른 각종 검사 및 측정장비와 혼합신호(Mixed Signal) 처리용 「복합칩」 테스트 장비가 주종을 이뤘다.
국내업계 대응책 마련 시급 특히 테스트 장비 분야의 경우 어드밴테스트, 테러다인, HP, 슐럼버저, LTX 등 세계 주요 테스터 생산업체들 대부분이 로직 및 아날로그 소자는 물론 메모리 영역까지 동시 테스트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용 「복합칩」 테스트 장비를 이번 전시회에서 일제히 선보임으로써 그동안 메모리와 로직, 아날로그용으로 구분되던 기존 시장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져가고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향후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반도체 및 LCD 관련 검사, 측정 장비들도 대거 등장했다. 일본의 오카노와 카조, 토소크사가 각종 반도체 패키지 대응 파티클 검사장비를 출품했으며 조립 및 검사 공정을 하나로 합친 반도체 조립용 인라인(In Line) 시스템도 선보였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인 BGA와 CSP에 대응한 각종 재료 및 장비 또한 이번 전시기간 중 가장 많은 눈길을 모은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오카노와 카조, 토소크사가 BGA 및 CSP 패키지 대응 파티클 검사장비를 각각 출품했으며 이토추상사가 BGA용 테스트 핸들러 및 모듈 핸들러를 내놓았다.
그리고 일본 도와가 BGA용 몰딩 장비인 「Y-Series」를 선보였으며 BGA 솔더볼 및 접착제 분야에서는 일본 다나카와 미국 에이블스틱이 고기능 제품들을 대거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전시기간 내내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각종 세미나 역시 역대 전시회 가운데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준화 문제로부터 출발해 장비, 재료평가 등 각종 3백㎜ 관련 현안 문제와 환경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세미나는 전시가 끝나는 5일까지 계속 열렸는데도 참석자들의 열기가 식지 않아 3백㎜에 대한 각국 업계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세미나 기간 중 특히 일본의 3백㎜ 반도체 장비 표준화기구인 반도체첨단테크놀로지(세리트)는 최근의 3백㎜ 장비 개발상황을 공개했는데 트랙 및 애셔, CVD, 에처, 웨트스테이션, 웨이퍼 이송장치 등 각종 3백㎜ 관련 장비의 최종 성능시험을 이미 진행중이라고 밝혀 세계 장비업계 관계자들을 아연긴장케했다.
분산 전시로 최대 효과 노려 또한 세리트는 내년부터 리소그래피 및 CMP 장비에 대한 3백㎜ 기술개발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내년 2, Mbps분기부터 본격적인 3백㎜용 파일럿 라인의 건설에 착수할 방침임을 공식화해 예상보다 훨씬 빠른 3백㎜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처럼 3백㎜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3백㎜ 장비의 본격적인 도입시기가 당초 전망보다 1년 이상 앞당겨지게됨에 따라 아직 3백㎜와 관련해 일정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중소기업들간 기술제휴 및 합병매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는 3백㎜ 시대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져주었다.
전세계 25개국, 1천4백39개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가 참가한 이번 「세미콘재팬 97」 전시회는 지난해보다 1만여명이 늘어난 총 13만명의 참관객을 동원함으로써 역대 전시회 가운데 행사규모나 출품작 수준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대회로 기록됐다. 특히 전시회장을 과거 9개 홀에서 12개 홀로 확대하고 전공정과 후공정 분야를 따로 전시함으로써 관람효과를 극대화했고 최근 세미콘 전시회의 전, 후공정 분리개최 추세에도 부합했다는 것이 행사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상돈·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