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가격 "들먹"

컴퓨터업체들이 급격한 환율 상승을 이기지 못해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국내 및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은 달러로 결제하는 컴퓨터 수입가격이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인해 사실상 크게 오른 데다 국산컴퓨터 제조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수입부품가격이 급등,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자 컴퓨터 판매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국내 대형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IBM의 경우 이달 12일자로 하드웨어 가격과 소프트웨어 일시불 사용료를 거의 대부분 49%씩 인상키로 하고 구체적인 인상내용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 95년에 달러당 8백10원으로 정한 환율을 제품판매시 그대로 적용하면서 그동안 환율상승분을 부담해 왔으나 최근 원화환율이 2배이상 올라 가격을 대폭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IBM이 컴퓨터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것을 계기로 현재 가격인상 문제를 놓고 고심중인 외국계 컴퓨터업체들로 확산되고 있다. 애플컴퓨터를 국내 판매중인 엘렉스컴퓨터는 지난달 중순에 새로 선보인 3백MHz급 최상위 2개 기종에 대한 가격을 이번 주초에 10% 인상했으며 환율추이에 따라 추가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HP는 환율변동 추이를 좀더 지켜본 후 다음달 중에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며 한국유니시스, NCR 등 다른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은 현재 가격인상폭을 놓고 조정중이어서 곧 가격인상 조치를 단행할 움직임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국내 PC생산업체들도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세트 등 주요 수입부품의 가격급등을 더 이상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없다고 보고, 내년 초에 전면적인 모델교체를 통해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거나 제품가격을 인상시킬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갑작스런 가격인상이 침체된 PC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장의 가격인상 보다는 내년초 모델교체를 통해 원가상승분을 흡수할 예정이다. 삼보컴퓨터는 이달 말까지 환율변동 추이를 지켜본후 다음달쯤 모델교체 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며 노트북PC에 대해선 현재 가격을 조정중이다.

대우통신은 제조원가가 평균 20만원 정도 올라 내년 1월중에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대당 35만원∼40만원씩 인상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2월에는 데스크톱 PC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환율상승분만큼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현주컴퓨터, 뉴텍컴퓨터 등 중소컴퓨터업체들은 특히 주요 부품의 구입가격이 상대적으로 불리해당장 칩(CPU) 가격상승분만큼이라도 가격을 올려야 할 입장이어서 고민을 더하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