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소설방> 불꽃남자 박대리의 PC통신 탐험기 (6)

박 대리는 인터넷 전문가인 이 대리에게서 성탄절 관련 홈페이지를 찾아 예쁜 카드만을 카피하는 방법을 속성으로 배우기로 했다.

『잘 봐, 박 대리. 여기서 이렇게 인터넷 검색엔진을 띄우고, 찾는 정보 키워드를 입력하면 목록이 나와. 그 다음 마음에 드는 카드나 사진을 고르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아하, 이거로구나!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는 박 대리의 표정은 보물섬을 찾아낸 해적 두목만큼이나 들떠있었다.

『그래그래, 그래도 머리가 돌은 아니군. 금방 배우는걸 보니까. 킥킥∥ 하지만 조심해. 괜히 이상한 사진이나 보러다니고 그러면 정신 건강에 해로워.』

이상한 사진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박 대리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호기심 많은 박 대리가 절대로 놓칠 정보가 아니었다.

『그래, 기왕 인터넷에 접속한 김에 여자 사진 몇개 골라보자. 카피하는 방법도 배웠으니 그걸로 윈도 배경화면을 만들면∥, 히히히∥』

기대에 찬 박 대리는 이 대리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검색엔진에 새로운 키워드를 입력했다.

키워드는? SEX!

이렇게 해서 우연(?)히 찾아낸 홈페이지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낯뜨거운 포르노 잡지. 박 대리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사진을 저장하기 위해 정신없이 마우스를 또각거렸다.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 사무실에 홀로 남아 워드를 띄웠고, 카드 사진과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문구를 넣어 편집을 시작했다.

「올 한해도 소망하셨던 일들이 이루어지셨길 빌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작성된 문서를 사진 파일들과 함께 압축하여 사내 직원들과 임직원, 통신에서 만난 친구들까지 총 2백여명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는 박 대리의 마음은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이윽고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한 박 대리에게 비서실 서태희씨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오호호∥ 박 대리님, 사진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사진 많이 보내주세요. 호호호∥』

그뿐 아니었다.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하는 박 대리의 곁에 또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좀 쇼킹했지만 너무 재미있는 사진이었어요』라고 말하며 킥킥거리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는 박 대리는 때마침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멈춰 서 있던 대머리 상무님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전했다.

『상무님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핫핫!』 『흠흠 그렇군. 흐음∥』

상무님의 시큰둥한 반응에 아연해진 박 대리.

『저어∥ 박 대리, 박 대리가 뭘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호모가 아니야. 그러니까∥ 흠흠, 그런 사진은 보내지 말고 여자 사진 있으면 좀 보내줘봐, 알았지?』

순간 눈앞이 노래지는 박 대리, 요란한 굉음과 함께 심장이 멈추었고 눈앞에는 번개가 번쩍였다. 아뿔싸, 이게 무슨 망신이람. 카드 사진과 포르노 사진을 한데 묶어 전송한 것이었다.

문서만 워드에서 본다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사진 파일 하나하나를 그래픽뷰어(Graphic Viewer)로 열어보았다면 누구나 그 포르노 사진을 보았을 게다. 게다가 그 사진은 보통 포르노 사진이 아니라 남자들이 한데 엉켜있는 쇼킹한 사진이었던 것이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은 박 대리,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하나 궁리 끝에 다음과 같은 메일을 작성했다.

『안녕하십니까! 개발팀 박 창규 대리입니다. 제가 어제 보낸 성탄 카드에 이스터에그(Easter Egg)를 숨겨놓았습니다. 힌트를 드리기 전에 많은 분들께서 찾아내셨더군요. 그 분들의 예리한 시선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셨으니까요. 이스터에그를 찾아내신 것처럼 새해에도 행운이 따르시길 빕니다.』

글쎄∥, 성탄 카드에 본의 아니게 섞여버린 포로노 사진 몇장을 이스터에그라고 할 수 있을지∥.

※이스터에그(Easter Egg):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숨겨놓은 익살스러운 기능. <황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