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수명은 천차만별이다. 창업 1년 만에 무너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창업한 지 수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장수기업으로 유명한 곳은 스웨덴의 제지업체인 스토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설립된 지 7백 년이 지났다. 일본의 미쓰이도 4백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고 독일 지멘스는 지난 10월1일로 1백50년이 됐다. 우리나라 LG그룹도 올해로 창업한 지 50년이 됐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시대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지만 80세로 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채 2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다소 납득이 간다.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의 영향이 크지만 부실한 기반이 근본원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독일의 경영전문가인 콜린스와 포라스는 장기간에 걸쳐 기업의 수명을 연구한 결과 지금까지 경영학자들이 주창한 것처럼 「이윤의 극대화」가 기업을 장수시키는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기업경영에 있어 이윤이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도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명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존이다.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도 자기보존에 힘쓴다. 기업의 최대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이지만 생존하지 못하면 이런 목적 자체가 무의미하다. 따라서 생존을 목표로 삼는 기업은 이윤만을 유일 목표로 설정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른 시간내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기업이 경직되고 결국은 기업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을 마치 주식가치나 상승시키는 기계로 인식하는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은 도산이 멀지 않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생명체는 항상 주변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간처럼 사고의 다양성이나 개방성을 가져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독일 경영전문가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이 IMF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자들이 기업을 생명체로 인정해야 한다. 오늘의 위기를 이겨내고 장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장악하기보다는 자신이 그 기업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태도로 경영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