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장 자끄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

중국을 흠모하던 할리우드가 티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티벳을 무대로 제작되고 있는 몇 편의 영화들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티벳에서의 7년」은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다.

자존심 강하고 이기적이었던 한 산악인이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기나긴 여정 끝에 금단의 도시 라사에 도착한다. 서양인이 동양의 낯선 오지에서 겪게 되는 7년간의 여정을 다룬 이 영화는 내용보다 장 자끄 아노 감독과 브래드 피트라는 두 이름에 승부를 건다. 감독은 동양에 대한 맹목적인 신비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한 영웅의 「미화된 일대기」를 보는 듯한 지루함이 남는다.

1939년,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산악인이었던 하인리히 하러는 임신한 아내를 고향에 둔 채 피터가 이끄는 등정팀과 함께 히말라야의 낭가 빠르바트로 원정을 떠난다. 그러나 정상을 눈앞에 두고 눈사태에 밀려 하산하던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 인도의 캠프에서 영국군의 포로로 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몇차례의 시도 끝에 하러는 피터와 함께 탈출에 성공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히말라야 산맥을 통과해야만 한다. 더욱이 수용소에서 아내로부터 이혼통고 편지를 받은 하러에게 고향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사투를 벌이며, 산맥을 헤맨 지 2년만에 둘은 신비의 도시 라사에 도착한다. 서양인의 발길이 닿지 않던 이곳에서 하러는 티벳의 종교적, 영적 지도자인 13세의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 서방문명 세계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지니고 있던 라마는 하러를 통해 다양한 서양문화를 습득하며 그와 교분을 나눈다. 하러는 얼굴도 보지 못한 아들에게 편지를 쓰지만 「다시는 편지하지 말아달라」는 답장을 받고 고향에 돌아가려던 계획을 취소한 채 티벳에 머무른다. 이곳에서의 7년은 하러에게 새로운 삶을 눈뜨게 해주고, 그는 라마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중국 인민 해방군이 진격해 오면서 티벳의 정치 상황이 급변해지자 하러는 라마와 작별을 고하고 자신이 버렸던 아들을 찾아 고향으로 간다.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실존인물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장 자끄 아노 감독도 「티벳에서의 7년」을 만들면서 나치 친위대원이었던 하인리히 하러에 대한 많은 편견과 부딪혀야 했다.

「티벳에서의 7년」은 주인공의 화려함에 가려져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겪었던 「가장 위대하고 소중한 깨달음에 대한 회고의 기록」은 왠지 퇴색되어 보인다. 다가오는 지성의 교감은 있지만 감성의 교감을 얻기에는 너무 낯설게 느껴지는 영화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