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기업이 활발하게 외국영화를 수입했다. 대기업은 한국영화 제작업계가 흥행성공을 보장할 만한 기획력을 선보이지 못하는데다 제작기반과 능력도 열악하다고 판단, 제작보다 수입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은 대체로 외화수입이 작품만 잘 선택하면 짧은 시일에 흑자를 낼 수 있는 손쉬운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흥행요소가 많은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판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나머지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가 외화수입 역사상 최고액인 5백만달러에 수입되기도 했다.
「제5원소」는 한국영화시장의 여건상 무리한 수입액수로 판권료 상승을 부추긴다는 업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7일 개봉한 후 손익분기점으로 계산됐던 서울관객 7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했다. 삼성측은 서울에서 93만여명, 전국적으로는 2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현대방송은 금강기획의 영화, 극장 사업을 이관받기 전인 지난 3월 15일 수입 개봉한 줄리엣 비노시 주연의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서울에서 관객 65만명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더글러스 맥그레스가 감독하고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한 영화 「엠마」는 개봉조차 하지 못했고, 웨인 왕 감독의 「차이니즈 박스」(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품)는 서울관객 5만명을 넘지 못했다.
대우시네마는 서울관객 19만여명을 동원한 샘 서머 감독의 「레릭」을 비롯해 「셋 잇 오프」 「블랙아웃」 「피스키퍼」 등을 수입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10월 4일 개봉한 버나드 로즈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 역시 서울관객 13만여명을 동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였다.
올초 영화사업을 본격화했던 제일제당 CJ엔터테인먼트는 중소 규모의 외화를 수입 배급해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명중영화제작소가 수입한 「샤인」 「마이티 아프로디테」 「풍월」 「큰 도둑 작은 도둑」 「로미오 이즈 블리딩」 「라스트 도그맨」 등 10만∼30만달러 안팎의 중작급 영화 판권을 구입해 배급한 결과, 피아니스트 데이빗 핼프갓의 일대기를 다룬 「샤인」이 서울관객 40만여명을 동원하는 뜻밖의 성공을 거뒀으며, 우디 앨런 감독의 코미디영화 「마이티 아프로디테」가 4만5천여명(서울), 피터 메닥 감독의 「로미오 이즈 블리딩」이 5만여명(서울)의 관객을 동원하며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제일제당이 33%의 지분을 보유한 드림웍스SKG의 작품으로 지난 11월 8일 개봉한 「피스메이커」(감독 미미 레더)는 이달 12일 현재까지 서울 46만명, 전국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일제당은 이 영화와 관련해 한국 및 아시아지역 배급 수수료와 전세계 흥행수입의 33%를 얻게 된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