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NC장치 개발사업 (상);사업개요와 추진현황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인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4년간 총 6백20억원(민간투자분 3백19억원, 정부지원금 약 3백억원)을 투입키로 한 대규모 민관 공동 프로젝트가 반환점을 통과했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기아중공업,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터보테크, 두산기계, 화천기계, 통일중공업, LG산전 등 국내 주요 공작기계 업체가 모두 참여, 지난 95년 12월 1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고성능 선반 및 머시닝센터용 CNC장치 개발. 그러나 반환점을 통과한 현 시점까지도 성공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본지에서는 업계 숙원사업으로 지난 2년간 추진된 NC(수치제어)장치 개발 현황 및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3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편집자 주>

NC장치 개발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95년 초 엔고의 영향으로 NC장치 등 공작기계 핵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관련업체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 방안을 마련, 정부에 수치제어(NC)장치 개발 방안을 건의하면서 부터다.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NC장치는 공작기계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산 공작기계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임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워낙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필요로 해 개별 업체가 독자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와 업계의 공동개발로 낙착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는 서보/스핀들 모터, 서보/스핀들 드라이브, 센서 등 공작기계 핵심부품들에 대한 기술을 개발, 우선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보급형 CNC장치 개발을 시작으로 다기능 복합가공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고기능 개방형 CNC장치를 개발키로 하고 연구조합을 결성, 향후 개발품의 공동구매 및 표준화 연구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같은 계획이 완료되는 오는 2000년쯤엔 직접효과로 CNC장치 수입 대체효과 5억달러와 간접효과로 기타 기계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50억~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이 건의서는 전망했다.

이같은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인 정부는 95년 6월 시행공고와 함께 8개 부문에 걸친 연구과제 신청을 받아 12월 1일부터 프로젝트를 본격 개시했다.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한 발빠른 행보였다.

업계는 이에 따라 CNC장치 기술을 한 업체만 보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독점 등 부작용을 우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삼성전자, 터보테크 등 8개 업체 및 단체에게 각 업체가 장점을 지니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과제별 주관기업을 나누고 각 주관기업 아래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도록 했다.

8개 과제는 실시간 운영체계 개발(터보테크), CNC 아키텍쳐 설계기술(삼성전자), CNC 제어 및 서보/스핀들 드라이브제어 알고리즘 설계(대우중공업), 가공 프로그래밍 환경 및 모니터링 기술(기아중공업), 서보/스핀들 모터 설계기술(현대중공업), 서보/스핀들 드라이브 설계기술(현대정공), 센서 등 액세서리 기술(오토닉스), 수치제어장치 시험평가 기술(NC공작기계연구조합) 등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처럼 각 과제별 주관업체를 배분한 것은 연구원간 의사 교환이 원활하지 못해 개발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업 착수 전부터 각 업체들이 이권과 관련한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 기술 개발 과정을 통해 참여기업 모두가 NC장치와 관련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사업 착수 후 약 1년간은 과제별 사양 결정 및 자료 조사와 연구원 간 개발 마인드를 조절하는 데 허비했으며 게다가 정부는 1차년도 진행 중 무역수지 개선과 자본재산업 조기육성 차원에서 업계와 사전 조율없이 사업 개시 당시 5년이었던 개발기간을 4년으로 단축, CNC장치 개발부담을 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등 한 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갈 길 바쁜 업체들은 최종 개발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2차년도부터 하드웨어 사양 결정 및 각 과제별 제품 설계, 기능평가시스템 구축 등에 나서 현재 각 과제별로 평균 90% 이상의 진척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