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브라운관가격.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마치 미로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브라운관의 가격하락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1월말 기준으로 브라운관가격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같은 기간에 비해 최저 3.9%에서 최고 37.5%까지 하락했다. 특히 브라운관의 가격하락은 CPT보다는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CDT에서 큰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격하락에 따른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크다.
국내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생산을 줄여 왔던 14인치 컬러TV용 브라운관(CPT)의 가격(11월말기준)은 40달러선. 1년사이에 16.7%나 떨어졌으며 한창 가격이 좋아던 지난 96년 상반기의 가격(53달러)보다 무려 13달러나 폭락한 가격이다.
업체들의 주력생산기종인 21인치CPT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11.7%나 떨어진 75달러선이다. 지난 96년 상반기 판매가인 84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9달러나 인하된 것.
국내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생산을 늘리고 있는 대형 CPT도 예외는 아니다. 25인치 CPT의 경우 지난해 1백15달러에서 11월말 현재 1백8달러선으로 6.1%나 떨어졌다. 특히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이 그나마 수익을 내왔던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가격폭락은 CPT의 가격하락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15인치 CDT의 가격은 지난 11월말 현재 80달러선.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37.5%나 떨어진 것이다.
브라운관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브라운관의 공급과잉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것. 브라운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브라운관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3천만∼3천5백만개 정도 초과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브라운관의 가격하락을 두손놓고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브라운관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방안으로 내부의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 이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가격하락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동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브라운관의 가격은 기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현재의 가격보다 5%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라운관업체의 마케팅담당자들은 『25인치 CPT는 현재보다 3달러가량 떨어진 1백5달러선으로 17인치 CDT도 내년에 1백30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년에 있을 월드컵의 수요와 컴퓨터시장의 경기회복으로 인해 브라운관의 가격하락세는 어느정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