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업계 활로찾기 안간힘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에 따른 사업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래산업, 디아이, 케이씨텍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올해 D램 가격의 폭락으로 가뜩이나 지연돼온 국내 소자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내년에는 IMF 한파까지 겹쳐 더욱 위축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신규 투자 보류, 수출 경쟁력 강화, 사업 다각화 등 반도체장비시장 축소에 대응한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IMF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안에 들어서게 된 것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와 신규로 일관가공라인(FAB)사업에 뛰어든 아남산업, 동부전자 등 대부분의 반도체 장비 수요업체들이 내년도 설비투자를 당초 목표의 절반 이하로 크게 줄이고 해외투자 프로젝트 또한 중단하거나 보류키로 하는 등 초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장비의 경우 가격이 최고 몇십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 제품이어서 발주 자체를 취소하거나 몇개월만 장비 인도를 미뤄도 금리부담이 엄청나 당장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 장비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내년에 착수할 예정이던 공장 건설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반도체 관련 매출 목표를 대폭 축소하고 관련 부서를 통폐합 하는 등 각종 불황 타개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의 축소 전망과 달리 내년 미국, 대만 등 해외시장 수요는 오히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소자업체와 해외 동반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동시에 외국 법인 설립 및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등 국산장비의 수출 경쟁력 강화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등 반도체 관련 분야는 물론 통신, 일반가전, 섬유기계, 자동차 부품 등 그동안 검토 수준에 머무르던 신규사업 진출 계획도 조기 추진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내 유력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내년 국내 반도체 장비 수요는 당초 목표 대비는 말할 것도 없고 올해 비해서도 30∼50%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며 『따라서 반도체 경기가 한창이었던 1, 2년전 국산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던 대부분의 국내 장비업체들은 내년에 가장 큰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 장비업체들의 불황 타개 노력과 소자업체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산 반도체장비가 자체 경쟁력을 키워나갈 경우 환율 차이 등으로 인한 반사 이익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는 것이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