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최근들어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연매출을 20% 이상의 성장세를 누리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오 함께 그동안 축적한 기술 노하우로 점진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잇는 것이다.
대다수 업체들이 돈 되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 쓰다가 부실을 자초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업체들은 신규 진출할 분야에 최소한 90% 이상의 성공 가능성이 있어야 투자하는 신중함도 보이고 있다.
인터폰, 비디오폰으로 유명한 (주)한국통신(대표 고성욱)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6백억원을 올릴 정도로 사업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견실한 중견기업. 사업초기 인터폰 제조로 기술 노하우를 쌓은 이 회사는 과거 건설경기가 한창일 때 아파트 단지에 비디오폰과 홈오토메이션(HA)기기를 공급하면서부터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94년엔 국내 최초, 세계에서 일본 업체에 이어 두 번째로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부품인 고체촬상소자(CCD)를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 이 기술을 응용해 국내 최초로 디지털 스틸 카메라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성장비결은 무엇보다 기술개발에 주력했기 때문. (주)한국통신은 일본 최대의 카메라 업체에 디지털 카메라를 공급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한국통신은 점차 위축되고 있는 비디오폰 중심의 사업에서 폭발적인 신규수요가 예상되는 디지털 카메라 분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 매출 향상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노래반주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태진미디어(대표 윤재환)도 종업원 80명에 지난해 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23% 가량 늘어난 2백6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다수 노래반주기 업체들이 매출 정체나 감소 상황을 맞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진미디어가 이처럼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비결은 무리한 사업확장 보다는 연구개발(R&D)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 올해에는 회사 전체 매출액의 10% 선인 3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 회사가 해마다 쏟아놓는 신제품은 평균 10여 모델로 해마다 새로운 방식의 신제품을 쏟아놓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제품에 내장되는 각종 부품을 자체개발해 원가 절감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또 하나의 비결은 소비자들의 사용 반응과 제품 비교 등을 통해 반주기의 기능과 성능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 이 회사의 윤재환 사장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틈틈히 메모를 해 이를 제품에 적용했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태진미디어는 현재 노래반주기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최근엔 기존 제품들보다 한단계 진화한 제품을 개발해 내년도 시장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전기밥솥 전문업체인 용마전기(대표 마용도)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자체 브랜드인 「YONG MA」로 해외시장에서 더잘 알려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93년부터 국내 전기보온밥솥시장의 수요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 전담부서를 두고 인도네시아 등 쌀 문화권인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조사, 거래선 확보, 제품 홍보 등 수출을 위한 사전 공략에 적극 나섰다. 95년 본격적인 제품 수출에 나서 6만3천여대의 전기밥솥을 수출, 약 18억원의 실적을 올렸으며 96년에는 전년보다 10배나 증가한 60만여대(약 1백71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올해도 11월말 현재까지 1백5만대의 물량을 수출했으며 연말까지 약 3백억원의 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중소기업으로서는 혁신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용마가 내놓고 있는 수출전략은 자체 브랜드에 대한 꾸준한 투자. 대기업이 OEM방식으로 수출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왔지만 자체 브랜드를 고집, 주력시장인 인도네시아에 「YONG MA」 및 「MAGIC JAR」 등의 상표를 등록하고 관련 기술에 대해 현지 특허를 내는 등 다각적인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 용마전기는 인도네시아 업체들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기술제휴를 해주고 있으며 국내 동종업계와도 동반진출해 연간 2백50만대~3백만대, 약 7천만달러 이상을 이 시장에 수출하는 파급효과도 가졌다.
시스템키친 전문업체 한샘(대표 최양하)은 고가 이미지 일변도에서 과감히 벗어나 지난해말부터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들을 대거 출시, 불황으로 위축될 소비심리를 뚫을 수 있는 틈새상품을 미리 준비해왔다. 독신자들이나 오피스텔 거주자들을 겨냥, 파격적으로 1백만원대의 부엌가구를 내놓고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내점률을 높이고 여타 제품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또한 부엌가구 뿐만 아니라 식기건조기, 음식물탈수기, 주방용 라디오, 적외선 조리기기 등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빛나는 빌트인(Built-In) 가전기기를 별도 판매해 지난해 1천6백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이 올해는 20% 가량 성장한 2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요즘같은 불황기에 한샘이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동안 치중했던 외형 디자인 중심의 설계보다 상담 및 설치가 편한 평형별 표준설계를 도입, 원자재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왔고 기능별로 공간 분할이 가능한 메인키친, 서브키친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 또 제품가격 할부제를 실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특히 올 초 사업구조조정의 하나로 인테리어, 주택사업 등 관련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 전체 인원을 재배치하고 조직구조를 사업본부제로 개편해 업무효율에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 또한 소비자들과 종합적으로 연계된 주거공간을 관람을 하고 그 자리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상담을 통해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매출 급성장의 비결이다.
<윤휘종·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