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성공을 당대의 상업적 성과로 평가하느냐,후세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긴 공에 두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후자가 맞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상업음악을 하겠다고 뛰어든 마당에야 상업적 성공을 노리지 않는 이가 없을 테고,뮤지션의 철학이라는 것도 일정한 위치에 오르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 다음에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니 지켜보는 평자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미리 진단해 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노릇이다.
이 두가지가 함께 따라준다면 뮤지션으로서는 그것만큼 행복한 노릇이 없겠으나 음악사에는 완벽한 결합을 이루었던 존재가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비틀즈가 있다.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겠지만 록에 심취한 이들이라면 비틀즈를 제쳐놓고 레드 제플린(이하 제플린)을 그 절대적 경지에 올려놓고 싶어할 것이다.
1980년 드러머였던 존 본햄의 급작스런 사망 이후 제플린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제플린의 신화는 변함없을 뿐만 아니라 그 신화는 생명력을 지닌 채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 지난 95년에는 팀의 두 핵심 멤버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 두 사람이 M-TV스페셜을 겸한 「No Quarter」를 발매해 재결합 소문이 무성했지만 어차피 본햄의 죽음으로 밴드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에 그 소문은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
제플린이 전설적인 유명밴드였지만 이른바 히트곡을 어떻게 꼽아야 할지는 애매하다. 앨범 자체의 완성도에 큰 비중을 두었던 관계로 초기에는 싱글발매를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아직도 그들의 앨범은 스테디 셀러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지만 라이브 공연이 워낙 볼만하다고 소문났던 밴드였던 만큼 팬들은 그들의 「미발표 라이브 앨범이 더 없나」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마침내 그 미발표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미 비틀즈 공연을 앨범화하는데 필름을 제공했던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이번에는 제플린 카드를 들이밀었다. 발매된 스튜디오,라이브 음반으로만 그들의 음악을 즐겼던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앨범 판매고와 콘서트에서 큰 수익을 올렸던 제플린이니만큼 라이브 공연이 주는 맛은 각별하다. 정규 앨범에서 들을 수 없는 즉석 연주가 추가되고,같은 곡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덕에 이 앨범은 두툼한 2장짜리다.
그룹이 결성된 직후인 69년부터 71년 사이에 녹음된 것이라 그 이후의 곡들을 더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좀 섭섭할 수도 있지만 가장 많이 애청되는 「Stairway To Heaven」의 수록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박미아·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