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체인 이지텍이 지난 13일 은행에 돌아온 5억9천8백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지텍은 미국의 한국계 컴퓨터 유통업체인 이지컴이 지난해말 중견 PCB업체인 한일써키트를 인수해 상호를 변경한 업체로 그동안 많은 화제를 뿌렸다. 이지텍은 국내 PCB업계 사상 최초로 M&A에 의해 탄생한 업체로 기록됐으며 다른 PCB업체에까지 M&A 열풍 내지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모기업인 미 이지컴이 국내시장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이지텍의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난을 겪었으며 이 와중에 최근의 금융공황까지 겹쳐 끝내 견디지 못하고 흑자부도를 내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지텍은 M&A되자마자 모니터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조립 및 판매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이 결과 출범 반년만인 올 상반기에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85%나 늘어났다. 또 주력사업인 PCB 매출비중이 25%로 낮아진 반면 모니터와 HDD의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구조전환도 단행됐다. 여기다 형광등용 안정기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안산에 생산라인을 구축중이었다. 이지텍은 급속한 사업확장으로 자금이 달리자 지난 7월 1백5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켰으나 최근 대선주조의 부도로 자금이 막혀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텍은 주변기기 판매를 위해 이의 조립을 대선주조 계열사에 위탁했다가 대선주조의 부도로 20억원이 넘는 자금이 묶여버려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소문이 번졌다. 특히 이지텍은 최근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최근 증시폭락사태로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투매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부도직전의 위기로 몰렸다.
이지텍은 그러나 PCB사업을 확장하지 않아 다행히 국내 PCB 재료업체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종 PCB업체들과 재료업체들은 많지 않은 미수금보다 이지텍이 대선의 부도여파로 흑자도산한 경우여서 그 파장이 증폭돼 자금운용이나 영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