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라이프싸이클 길어진다.. 신제품 출시경쟁 자제

시장점유확대를 위해 전 품목에 걸쳐 신제품 출시경쟁을 벌였던 가전업계의 상품운영전략이 신제품 투입을 최소화하고 모델을 축소하는 등 수익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극심한 내수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신제품 투입을 최소화하고 모델 수를 줄여 경제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방향으로 내년도 상품운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에어컨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품목이 내년에도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전사업의 신규투자여력이 극도로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1년 정도에 불과했던 가전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또한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내놓은 플러스원 TV를 광폭TV시장이 활성화할 때까지 주력모델로 유지할 계획이다. 또 최근 출시한 98년형 제품도 기존 금형을 바탕으로 부가기능과 디자인을 보강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비 지출을 최소화했다.

LG전자의 경우 4대3 TV는 올해 출시한 「아트비젼 라이브」시리즈를 내년 하반기까지 주력제품으로 끌고갈 예정이며 대우전자 역시 올 상반기 출시한 개벽 X7시리즈와 보급형 Z7시리즈를 내년도에도 주력제품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아남전자도 광폭TV와 주력기종인 29인치 4대3 TV 신모델을 출시하는 선에서 내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연말과 연초에 걸쳐 신제품 발표일정을 놓고 눈치작전까지 벌여왔던 냉장고 역시 내년에는 가전3사가 5백ℓ급 주력제품에 대해 부가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신모델을 출시하는 정도로 자제할 예정이며 LG전자, 대우전자, 동양매직은 고부가 기종으로 개발해 놓은 7백ℓ급 양문여닫이형도 출시시점을 늦추거나 시황이 호전될 때까지 아예 출시를 보류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체들은 또 경기불황으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캠코더, VCR, 전자레인지의 경우 적자가 나는 품목을 대거 단종시킴과 동시에 내수전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내수, 수출 공용 모델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올해 내수가 15%이상 줄어든 청소기와 소형가전제품역시 필요이상으로 많았던 모델 수를 줄이고 주력모델 중심으로 정예화해 수익성을 보전하는데 업계는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매출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인해 적자품목에서도 매 년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해 신제품 출시경쟁을 벌여온 것이 사실』이라며 『가전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과시적인 신제품 개발관행은 지양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 ·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