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ERP] 특별기고.. 김길웅 한국기업전산원 대표

ERP시스템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형 ERP에 대한 논쟁도 심심치않게 전개되고 있다.

복잡한 프로세스와 거대한 기능성이 요구되는 대기업용 ERP는 만들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거나 한국형은 중소기업용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또 일각에서는 개방화, 세계화 시대에 한국형 ERP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얘기들은 부분적으로 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국산 ERP시스템이라면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을 이루고 있는 우리의 법제나 거래관행 등을 사전에 충분히 반영해 수요기업들이 기능을 추가하거나 고치지 않고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시스템 내부적인 처리는 세계 최고의 프로세스를 담고 있더라도 문서나 장표 등의 형식은 가능한 한 지금까지 사용해온 고유한 양식을 그대로 유지토록 함으로써 재교육을 위한 투자와 시행착오를 막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외국 유명 ERP 수준의 시스템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미 국내에서도 선발기업들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프로세스 중심의 선진 ERP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정부차원의 지원도 활발하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에 주안을 둔 대기업용 국산 ERP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중인 G7프로젝트를 통해 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저작도구들이 국산화하면서 원천기술의 대부분이 확보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선진국보다 이 분야의 연구를 늦게 시작한 만큼 외산에 비해 다양한 산업별, 생산형태별 표준모델이나 템플릿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신 경영관리 이론에 정통한 학계 및 연구기관들과 역량있는 연구개발사들이 중심이 되고 실수요 기업이 연대해 산업별로 실증적인 표준모델들을 연구, 개발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우리 실정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세계 초일류의 프로세스를 내장한 ERP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국내에서 ERP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 있는 우리나라는 또 다른 경제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정보화 체제로 개편되는 이 시점에서 또다시 우리의 공장과 사무실과 같은 시설재(ERP)를 모두 외국산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세계시장에 대한 경쟁력 회복과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ERP분야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있는 식자들부터 제대로 된 국산 ERP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널리 활용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