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 삼성전기 이사
최근의 경제위기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기사가 외국 신문에 심심찮게 등장할 때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전자부품산업 역시 그동안 고비용, 저기술에 안주하여 성장시장에 대한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최대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 저기술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데다 신흥 경쟁국인 중국보다는 고비용 경영체질을 극복하지 못해서 우리의 부품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점차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전자산업, 이러한 전자산업을 떠받히고 있는 전자부품산업은 이번 위기를 잘 넘겨서 국가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
현재 국내 전자부품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해외자금은 물론 국내자금의 조달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업체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부품업계에게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원화가치의 끝없는 추락이다. 이는 수출이 많은 전자부품업계에게 가격경쟁력을 개선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그러나 가격 메리트만 가지고 세계시장에 도전하면 금방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더구나 장기적으로는 세트업체의 가격 인하 압력, 수입 원자재의 가격상승, 외화차입금의 상환부담이 원화절하의 이익을 잠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내수시장의 위축이다. 당장 내년부터 국내 전자산업도 본격적인 저성장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자부품업계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체질을 견실화하고 사업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경영체질을 바꾸려면 첫째로 근로의욕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더욱 열심히 더 많은 일을 해야하고 일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없애야 한다. 그동안 전개해온 생산현장에서 합리화운동이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는 철저한 구두쇠작전이다. 모든 투자와 씀씀이를 줄여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경영체질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한 예로 컴퓨터가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서류없는 사무실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하는 사무구조혁신운동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때다.
경영체질개선과 함께 튼튼한 사업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 사업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기존 사업은 과감한 리스트럭처링을 전개하는 한편 유망신규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
특히 이동통신, PC, 디지털 분야 같은 성장시장에 조기에 진입해야 한다.
둘째는 기술력을 높여 사업구조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일본 T사는 MR헤드 하나로 올해 5천억원의 이익을 올렸는데 우리는 아직 생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휴대폰의 핵심부품도 상당량을 일본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는 해외마케팅력을 강화해서 직수출을 확대하는 일이다. 원화하락과 내수시장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확대가 최선의 해결책이다.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은 회사의 생존은 물론 외환위기에 빠진 우리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위기의 그늘 한쪽에는 기회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이 기회 요인을 찾아내서 사업화시키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전자부품이 세트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 할 수 있다.
작게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크게는 국가의 난국 타개를 위해 전자부품업계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