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 와이드텔레콤 대표
국내 정보통신분야 가운데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무선호출기(삐삐)다.
그동안 국내 삐삐시장은 고성장세에 힙입어 기술과 디자인면에서 세계시장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결과 현재 「세계 5강」에 드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것도 삼성, LG 등 대기업간의 경쟁이 아닌 중소기업간의 시장쟁탈전으로 이같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국내 삐삐시장이 점점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많은 제조업체들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해외합작 및 지사설립 등을 통해 해외시장의 문을 부지런히 두드리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국가 전반에 핵폭탄으로 등장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여파로 내수보다는 수출쪽에서의 비중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새삼 삐삐를 비롯한 통신기기의 수출이 더더욱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삐삐의 수출이 과연 말대로 그렇게 바람직하게 진행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禍」를 불러올 소지가 많아 몇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단순한 디자인 모방이나 저가전략을 통한 시장개척, 시장점유율 확보를 지양하고 고객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고품질의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 선행조건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각 나라마다 정치, 경제, 문화적인 특성이 다르고 특히 소비자의 취향과 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시장조사를 통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고객시장을 세분화하고 이를 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워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국내 업체 모두가 공존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제조업체들 간의 가격출혈경쟁보다는 전략적 업무제휴관계를 맺어 동반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미국 모토롤러 등에 비해 자금이나 규모면에서 열세에 있는 국내 업체, 특히 중소업체의 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아닌 상호제휴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합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있는 해외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들어 가구, 신발 등에서도 중소기업들이 공동브랜드로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 결과적으로 매출증대의 효과를 보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삐삐수출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해외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통한 상품의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줌으로써 고가제품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삐삐기술의 평준화로 상품의 질과 이미지면에서 차이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의 해외시장 진출은 더더욱 그러하다.
IMF시대의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해외시장에서 그간의 「과열」과 「출혈」 등으로 대변되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불식하고 적은 힘이라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