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7 전자산업 총결산 (8)

부문별 기술동향과 매출현황-부품산업 (하);일반부품 부문

디스플레이 및 일반 부품분야에서 97년은 업계가 홍역을 심하게 앓았던 한 해였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초부터 부품업체들은 가전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물살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부품업체들은 「가전=부진, 통신=호조」라는 양극화현상에 따라 업체마다 부침이 달랐다.

제때 통신부품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업체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고성장을 누렸다. 코드분할다중(CDMA)방식의 이동전화, 시티폰 등을 필두로 한 통신부품 전문업체들과 통신비중이 높은 중견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KMW, 쌍신전기, 액티패스, 동아일렉콤, 대덕전자, 삼성전기 등의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두 자리 숫자가 늘어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뒤늦게 구조조정에 나선 업체들은 정체되거나 역성장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TV, VCR 등 가전 비중이 높은 부품업체들은 내수경기 침체와 함께 신규시장인 독립국가연합(CIS) 등에서 참패하면서 크게 고전해야 했다.

가전3사 계열 종합부품 3사의 실적에서 이같은 상황은 증명됐다. 통신부품으로 생산품목의 구조 조정에 성공한 삼성전기는 올해 전년대비 20∼30% 신장한 1조8천억원(예상치)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은 사업구조 조정이 다소 늦어지면서 전년도 실적보다 한 자리 숫자의 저성장에서 그쳐야 했다.

품목별로 한 해를 되돌아보면 PCB의 경우 양극화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 대덕전자, LG전자, 이수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은 노트북컴퓨터, 이동 통신기기, 반도체패키지에 채용되는 고부가 다층기판(MLB)를 중심으로 직수출 비중을 높여 대부분 평균 30% 이상의 매출증대를 실현했다. 상대적으로 새한전자, 백산전자 등 단면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고전했다.

콘덴서업계의 경우 MLCC의 선전이 두드러졌던 삼성전기를 제외하고 그동안 꾸준한 매출신장의 버팀목이었던 컬러TV 생산이 부진,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삼영전자, 삼화전기 등 전해콘덴서업체들은 전년 수준에서 약간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 백색가전 비중이 큰 AC콘덴서업체들도 한 자리 숫자의 저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대체로 콘덴서와 시장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는 저항기업계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비코, 한륙전자 등 저항기업체들은 최대 시장인 컬러TV의 부진에다 대만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갈수록 심화돼 매출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또한 트랜스포머업체들은 국내 가전업체들의 내수 및 수출부진과 해외 생산라인이전 가속화 등으로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특히 트랜스포머업체들은 국내 세트업체의 해외공장 이전과 직수출로 활로모색에 나섰으나 성과는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동아일렉콤 및 동한전자, 보만전자, 동진전원 등 통신용 SMPS업체들은 PCS 등 이동통신 특수로 활기를 띠어 대조를 이루었다.

커넥터업계는 정보통신, 자동차 등 주력시장의 부침에 따라 명암이 확연하게 갈렸다.

자동차용 커넥터 비중이 높은 한국AMP, 한국단자 등은 연초부터 불어닥친 자동차업체들의 파업 및 조업단축을 시작으로 기아부도라는 결정타를 맞아 올 한 해 내내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이들 업체는 당초 세워놓은 목표에 크게 미달한 85~90%의 매출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정보통신 비중이 큰 히로세코리아, 한국버그전자 등은 전년대비 20% 이상의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지업체들도 불황의 여파로 당초 매출목표에는 다소 못미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로케트전기는 목표액의 90% 가량을 달성하는 데 머물렀고, 국내 알칼라인건전지 시장에서 각각 23~24%, 7~8%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에너자이저코리아와 듀라셀코리아 등 외국업체들도 매출은 늘었으나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부분의 부품업체들도 가전의 침체와 정보통신의 부상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제 가전에 의존해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정보통신쪽으로 생산품목을 전환하든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직수출에 사활을 걸든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세계 시장의 경기위축과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라는 이중고로 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상반기동안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브라운관이 약세로 돌아서고 약세를 보였던 액정디스플레이(LCD)가 강세로 반전되는 대조를 보였다.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의 직수출은 25억달러선으로 전년수준보다 약간 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브라운관업체들은 가격하락에 따른 매출감소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목표액의 90% 선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가운데서 브라운관업체들은 경영혁신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브라운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LCD는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TN, STN LCD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7% 신장한 1억7천6백만달러에 그쳤다.

TN, STN 수출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관 이외에는 현대전자, 오리온전기, 한국전자 등이 모두 90% 이상을 내수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기여도는 미미한 편이다.

이에반해 박막트랜지스터(TFT) LCD의 수출은 지난해 3억7천8백만달러보다 무려 1백71% 성장한 10억2천4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TFT LCD의 수출호조는 노트북 PC의 보급 증가와 국내 생산능력의 확대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의 매출증가가 매우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전자는 1백%, 삼성전자와 LG전자도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들어서부터 미국 및 일본의 노트북 PC업체들이 고가 및 저가의 양극화판매전략을 취하면서 TFT LCD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일시적인 생산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인해 수출증가세도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13.3인치 및 14.1인치등 대화면 TFT LCD의 생산비중 확대를 통해 시장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12인치 TFT LCD의 가격인하를 통해 수출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PDP분야에 대한 업체들의 기술개발노력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삼성전관, 오리온전기, 현대전자가 30∼40인치 급 시제품을 개발하고 시험생산라인을 구축중에 있다.

이들 업체는 33∼55인치 벽걸이, HDTV용 PDP의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나서고 있어 일본 업체들과 제품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판디스플레이를 둘러싸고 있는 후방산업 즉 장비 및 소재부품개발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주요 제조장비 및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85%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후방산업인 부품 장비분야의 개발에 30여개 중소업체들이 나서고 있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