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잡지의 번들타이틀 경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 한해 동안 게임피아, PC챔프, PC플레이어, 컴퓨터게이밍월드 등 PC게임 관련 4개 주요 잡지가 번들로 제공한 타이틀은 약 1백65만장으로 2백만개로 추산되는 올해 정품 PC게임 판매수량의 80%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달의 경우도 PC챔프가 내놓은 전략시뮬레이션의 명작 「C&C골드」에 게임피아가 액션어드벤쳐 게임 빅타이틀 「툼 레이더」로 맞불작전에 나섰다. 여기에 가세한 PC플레이어는 「삼국지2」 「징기스칸」 「수호전」 「푸쉬푸쉬」 등 4편의 물량공세를 폈고 컴퓨터게이밍월드도 「무인도이야기」를 번들 제공했다.
문제는 이같은 게임잡지사들의 번들경쟁으로 중소 게임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 게임제작사들은 그동안에도 이들 게임잡지사들의 번들제공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왔고, 게임잡지들도 나름대로 번들제공 경쟁을 자제키로 뜻을 모으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를 실천하지 못함으로써 게임업체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심지어 게임업체인 L사는 이들 4개 게임잡지사가 상품가격 3만원 미만의 정기간행물일 경우 경품가액을 3천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게임잡지사와 중소 게임업체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게임잡지사들의 번들이 잘만 활용하면 PC게임제작사의 마케팅전략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관련 대기업의 한 관계자도 『히트게임 시리즈의 2편이 출시되기 직전에 1편을 번들로 제공해 수요를 촉발시킨다든가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상품가치는 없어졌지만 마니아의 소장용으로 적합한 타이틀을 번들로 제공할 경우 이윤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사장될 상품을 번들로 제공해 제작사는 매출이 늘고 잡지사는 독자가 불어나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출시후 3개월 이내의 대작게임을 마구잡이로 끼워 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진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게임 사용자들은 번들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3만∼4만원을 호가하는 정품게임 구입을 꺼리게 되고 용산 등지의 게임가격 덤핑사태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또한 올해 번들로 제공된 타이틀 40여편 중 국산게임은 2∼3개 타이틀에 불과해 총 2백만달러 이상의 로열티가 낭비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게임번들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대부분 자금력이 약한 국산게임 개발업체들이다. 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은 『지금처럼 출시된 지 얼마안된 외산게임 번들이 성행할 경우 국내 중소 게임개발사들은 개발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덤핑이 늘어나 게임시장 자체가 위기국면을 맞게될 것』이라고 번들 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