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가 기존 사업방식에서 탈피, 프로그램 제작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 가운데 자체 시리즈 프로그램 제작사업에 뛰어든 것은 디렉TV가 처음이다.
휴스일렉트로닉스 계열의 디렉TV는 최근 텔레신 필름그룹, 리치멜프로덕션, 굿맨/로센 프로덕션이 컨소시엄으로 설립한 프로그램제작회사 액션 어드벤처 네트워크(AAN)와 프로그램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AAN에는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이끄는 「아메리칸 지오트루프」와 「세인트 클레어 엔터테인먼트」 등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디렉TV와 AAN의 계약내용은 디렉TV의 페이 퍼 뷰(PPV)채널을 통해 독점방영할 자체 TV영화 및 시리즈 제작이다. 디렉TV가 의뢰한 TV프로그램은 내년 여름께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편당 시청료는 2.99달러로 예상된다.
디렉TV의 프로그램 제작사업 참여에 대해 아직까지는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팽배하지만 관련업계는 앞으로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들이 TV프로그램 제작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내 TV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디렉TV와 AAN의 거래가 새로운 제작배급의 선례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디렉TV의 PPV가 매우 유력한 영화상영 창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과연 디렉TV 가입자들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제작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그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디렉TV의 생각은 다르다.
출범 3년을 맞고 있는 디렉TV는 지금까지 경쟁 직접위성방송(DBS) 및 케이블TV 서비스와 자신들을 차별화하는 대안, 즉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찾아왔다. 특히 디렉TV는 경쟁사업자들과 차별화된 가입자군을 들며 프로그램 제작사업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위성가입자 가운데 영화광 또는 스포츠광이 케이블TV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포진하면서 디렉TV는 케이블TV 서비스보다 PPV에서 3~4배 이상 많은 수입을 올려왔다.
디렉TV 관계자는 『우리는 디렉TV 서비스의 강점이 PPV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오랫동안 PPV 방식으로 공급할 자체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번 계약으로 가입자에게 더욱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디렉TV와 AAN의 계약이 유료케이블/신디케이션의 이중 배급전략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과거 MGM이 「스타게이트:SGI」 등 몇편의 영화배급에서 썼던 이 전략은 먼저 유료 케이블TV에서 일정기간 상영하고 이후 신디케이션방송에 소개되는 방식이다.
MGM은 이같은 전략으로 이전까지 해오던 네트워크/신디케이션 재방송 방식에 비해 더 짧은 시간에 수익을 창출했다.
이 때문에 디렉TV, AAN의 계약은 AAN의 파트너들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AN 파트너는 디렉TV가 이 프로그램을 독점사용하는 2년 후에 국제적 판매, 신디케이션 배급을 통해 이익을 보장받게 된다.
또한 디렉TV는 AAN에 저작권료를 지불함으로써 그들의 이익을 보장했고 제작 파트너들에도 PPV수익에서 일부를 나눠주게 된다.
AAN에 파트너로 참여한 코폴라 감독은 이번 계약이 모든 참가자들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