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위기의 케이블 PP업계 체질개선 원인처방 급하다

IMF시대를 맞아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PP)들의 체질 개선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케이블TV PP들은 급작스럽게 불어닥친 IMF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각종 경비 및 프로그램 제작비 절감, 프로그램의 재방영 비율 확대, 외화 구매 능력 제고등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긴급 처방이 IMF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도입하고 있는 조치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자본력을 갖춘 일부 PP사들은 이같은 단기적인 처방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유통망을 확대하거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등 장기적인 차원에서 프로그램 공급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PP사들이 IMF 한파를 극복하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공급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단순히 경비나 프로그램 제작비를 절감하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프로그램 자체 제작 능력을 제고하고 유통망을 확대하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는 PP들이 프로그램 공급의 중추 기지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방송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들의 경우 지상파 방송 보다는 오히려 케이블TV를 시청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국내 PP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이나 지역 민방들은 급증하는 프로그램 자체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케이블 PP들의 프로그램을 구매해 방송하거나 가격이 저렴한 외화를 수입해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나 지역민방은 국내 PP들의 유망 프로그램 공급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미 상당수 PP들은 지상파 방송이나 지역 민방에 프로그램을 판매해왔으며 앞으로는 이들 방송사에 대한 프로그램 공급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자체 제작에는 많은 예산과 제작 인력의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외화를 수입해 국내 방영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는 PP사들이 지역민방 및 지상파 방송에 대한 프로그램 공급,비디오 및 게임 제작,프로그램의 해외 수출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 판매 루트를 확보할수 있으며 방대한 양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공급 능력을 제고할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통망 확대 차원에서 해외시장은 국내 PP들이 신경을 크게 써야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국내 PP들은 그동안 일본의 위성 방송을 비롯, 중국, 뉴질랜드, 미국, 홍콩등 각 지역의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수출,호응을 얻었으며 이달초 홍콩에서 열렸던 「MIP-ASIA97」 전시회에서는 외국의 방송사들이 국내 PP사들의 프로그램 수입에 큰 관심을 보여 총 1백8만여달러에 달하는 프로그램 수출계약을 체결하거나 가계약했다. 이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케이블TV PP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의 2차 활용도를 높이고 수출을 활성화하는게 국내 PP업체들의 생존에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PP사들의 자본력이 취약한 만큼 공동 제작이나 업체 협찬을 통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적극검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PP들이 지역 민방이나 지상파 방송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한 경험이 있고 이같은 공동제작이 PP업계의 제작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비교적 우수한 방송 제작설비를 갖춘 일부 PP들은 지역민방이나 지상파 방송에 제작 설비 및 인력을 지원하거나 외주 제작을 활성화하는 사례도 많다.

업체 협찬을 통한 프로그램 제작도 활성화 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이 시도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Q채널은 동서식품, 삼성문화재단, 자유여행사등의 협찬을 얻어 「커피 기행」 「문화 유산 탐방 시리즈」 「민족항쟁지」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물론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는 협찬하겠다는 기업도 줄어들고 있지만 PP들이 기획만 잘한다면 일반 기업체들의 협찬을 통한 제작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 전략도 PP업계의 경쟁력제고에 중요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만화 채널인 투니버스와 아리랑 채널이 기획 제작한 「영혼기병 라첸카」나 「해상왕 장보고」다.

특히 「영혼기병 라첸카」는 투니버스, 현대정보기술등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비디오등 다양한 매체나 상품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PP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아리랑TV 역시 에스미디컴(주)등과 공동으로 애니메이션 「해상왕 장보고」를 제작,영상물은 물론 일반 책자로도 보급하고 있다. 이밖에 상당수 PP사들이 자체 제작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보급하는등 멀티 유스 전략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다매체 유통전략을 활성화할때만이 비로소 위기 국면에 처해있는 국내 PP사들이 성장의 기틀을 확실하게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