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의 주력사업 이전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사업구조 조정작업이 국내 부품업계 전반에 걸쳐 커다란 기류를 형성했다.
특히 올해는 경쟁력이 한계에 달한 품목에 대한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단종해버리는 대신 정보통신분야 등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의 신규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기술적 관련성이 높은 세트, 반제품, 모듈 및 관련 원부자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업체들도 많았다. 이는 올들어 오디오, VCR, 컬러TV 등을 위시한 가전산업이 극도로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가전용 부품시장이 크게 축소된 반면 통신분야에서는 개인휴대통신(PCS) 등의 특수로 활황세를 지속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트업체들이 생산기기 해외이전을 가속화, 국내시장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올초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이 연쇄부도를 내는 바람에 자금시장마저 경색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주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해 R&D기지와 양산기지를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경비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 국내 전자산업이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하면서 업체들이 외형상의 매출 부풀리기보다는 실질적인 수익성 제고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국내 부품업계의 내년 사업계획도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마련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 LG전자,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동아정밀 등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의 경우 지난 95년 중반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단면PCB 대신에 실버스루홀, 카본점퍼, 알루미늄기판 등 특수제품과 양면, 다층 PCB(MLB) 등 통신용 및 산업용 PCB 사업으로 주력분야를 선회, 돌파구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또한 스위치업체 가운데 경인전자는 스위치사업을 한계사업으로 규정, 대폭 축소하는 대신 위성안테나, LNB 등의 RF부품으로 주력업종을 전환하고 있고, LG전자부품, 제일물산 등은 중국에서의 생산비중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기존 가전용 위주에서 탈피, 초소형의 이동통신 단말기용 표면실장형(SMD) 스위치 생산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커넥터업체 가운데 한국단자공업, 협진공업, 우영, 일산일렉콤(구 일산전자), LG산전 등 그동안 가전 및 자동차 등 불황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들은 통신용, 컴퓨터용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단암산업, 유양정보통신 등의 HIC업체들은 기존 개별부품 및 모듈사업에서 통신관련 세트로 사업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트랜스포머 업체들의 경우 거의 모든 업체가 중국 등지로의 생산기기 해외이전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부전전자부품을 시작으로 성문정밀, 오성전자산업 등 통신단말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의 SMD 트랜스포머 개발에 나서는 업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저항기업체 가운데도 한일전자는 노이즈 대책부품인 코일인덕터와 페라이트코어 시장에 신규 참여했고 두원전자도 내년부터 세라믹발진자 및 세라믹필터, 압전버저, 압전모터 등으로 사업품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며, 특수저항기 업체인 제우전자는 충전기, 전지팩 등 전원기기로 사업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동양산전, 오리엔트시계, 코모트전기, 유유 등의 팬모터업체들도 생산기지 해외이전, 품목다변화, 수출확대,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사업구조 조정에 나섰고, 튜너업체인 태봉전자는 주력업종을 RF모듈, 전선, 쓰레기처리기 등 통신 및 환경사업 중심의 신규 품목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