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수신기(세트톱박스)를 시작으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 디지털캠코더,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가전시장은 내년부터 상품화할 예정인 디지털TV를 기폭제로 본격 개막될 전망이다. 아날로그시대에 일본과 함께 양대 가전업체로 입지를 굳혀온 국내 가전업계 역시 디지털 가전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 진입하면서 국내업체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가전왕국을 자처하는 일본업계의 높은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에 부딪히고 있다. 1등만이 존재하는 디지털 가전시대에 과연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3회에 걸쳐 전망해본다.
<편집자>
지난 94년 미국의 디렉TV사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막이 오른 디지털 가전시장은 아직 세계 유수의 시장조사기관이나 관련업계의 다각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기엔 분명 때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염두에 둘 때 지난 3년 동안 디지털 가전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잠재력은 한마디로 위협적이다.
디지털 위성수신기의 경우 일본 소니가 미국 톰슨과 더불어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시장에 투입된 DVD플레이어의 경우 일본업체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4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DVD플레이어 시장에서 일본의 도시바 한 업체만 시장점유율 50%를 기록할 정도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는 수요가 미미한 디지털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시장 역시 일본업체들의 기술 경연장이다. 소니, 샤프를 비롯, 주요 일본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1천3백만대 규모에 달하는 캠코더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디지털캠코더시장은 올해 1백만대 규모를 넘어섰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 전체 캠코더시장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디지털카메라 역시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로 열풍이 번져가고 있다. 카시오가 지난 95년 6만∼8만엔대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 이후 1년 만에 일본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1백만대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최소한 1백50만대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가전, 카메라, 필름업체 등을 중심으로 20여개 업체가 디지털카메라시장에 진출한 상태이며 플로피디스크나 미니디스크를 저장매체로 사용한 제품이 등장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다는 듯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디지털오디오의 진앙지도 역시 일본이다. 80년대 오디오 마니아들을 매료시켰던 콤팩트디스크 플레이어(CDP)를 대신해 직경 6㎝의 소형디스크를 사용하는 미니디스크 플레이어(MDP)가 또 한차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소니, 샤프 등이 주도하고 있는 미니디스크 플레이어시장은 휴대형만 올해 2백만대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이미 인터넷에서 음악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기능까지 채용될 정도다.
지난 1, 2년 사이에 일본 가전업체들이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에서 선보인 기술과 마케팅능력은 「디지털 왕국=일본」이란 표현이 공허한 수식어가 아닌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