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여파를 타고 최근 조립PC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16일 관련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폭등으로 컴퓨터 부품, 주변기기 가격이 인상되면서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조립PC 제품 가격이 이달 초부터 오르기 시작, 지난달에 비해 최고 20% 정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 이후 부품파동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인상이 있기는 했으나 그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컴퓨터 가격이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용산전자상가 선인상우회 고광철 회장은 『컴퓨터는 부품과 주변기기 제품이 60% 가량 수입품으로 채워져 있어 환율인상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처럼 급격하게 상승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시중 유통상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멀티미디어 표준형 사양인 1백66㎒ CPU, 24배속 CD롬드라이브, 33.6kbps, 기본메모리 32M, 2.5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15인치 모니터를 장착한 데스크톱PC의 경우 이달 초 1백20만∼1백30만원대에 거래됐으나 현재 30% 가량 오른 1백50만∼1백6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부품가격에 따른 인상폭으로 MMX 1백66㎒ CPU와 2.5GB HDD의 경우 각각 7만원 정도 오른 것을 비롯, 32MB 메모리와 VGA카드는 2만원선, 16비트 사운드카드가 1만5천원 정도 올라 전체적인 조립PC 부품가격이 20만원 이상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조립PC 매장에서는 지난달까지 「모니터를 빼고 최신 사양 1백만원대 조립PC 제품 판매」 등 매장입구에 붙여놓았던 플래카드를 일제히 떼고 새로운 내용의 광고문을 내붙이는가 하면 그동안 PC고객에게 번들로 제공하던 컴퓨터 주변기기 품목을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한 컴퓨터 가격인상에 대비해 각종 부품 및 주변기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부품도입 물량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다 공급업체들의 제품 출하지연으로 구득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조립 PC업계는 16일 현재 환율이 급락하고 있고 그동안 현금거래 위주로 풀리지 않던 컴퓨터 부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조립PC 가격은 다소 하락된 상태에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용산전자상가내 조립PC업체인 한울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조립PC 가격이 인상된 것은 환율 탓도 있지만 그동안 가격인상의 기대심리로 컴퓨터 부품을 쌓아놓고 시장에 풀지 않은 업체의 조작도 한 원인』이라며 『점차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여 조립PC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립PC업체인 PC월드도 『현재 인상된 부품은 어쩔 수 없이 인상분을 PC가격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환율폭등 이전에 준비했던 부품은 예전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조립PC 업계에 가격인상이라는 악재를 막기 위해 업체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우·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