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통신계측기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한국HP 독주여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HP의 올 매출 예상액은 3억달러. 지난해 우리나라 계측기 총 수출액(3억3천만달러)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개인휴대통신(PCS)용 고가 계측기시장을 독점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용 계측기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한국HP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PCS용 계측기기 주문이 폭주, PCS장비 및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원하는 시기에 계측기기를 공급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HP가 이처럼 국내 CDMA 셀룰러 및 PCS 계측기시장을 독점하게 된 것은 CDMA용 계측기 개발에 일찍 뛰어들면서 CDMA PCS 계측기로 기지국용 테스트장비 「8921A」와 단말기용 테스트장비 「8924C」를 내놓은 데 있다.
한국HP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8921A」를 PCS기지국시스템 및 전파중계기 설치, 유지, 보수용으로 공급해 국내 전체 물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한 데 이어 PCS단말기 개발, 생산용으로 「8924C」를 앞세워 삼성, LG, 현대, 맥슨 등 PCS단말기 4사와 팬택 등 중소 PCS단말기업체의 1차물량을 독식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시장 수성 차원에서 CDMA주파수 분석과 신호원 기능을 통합한 PCS 기지국용 종합측정장비 「HP8935A」를 출시하는 등 경쟁업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고 있는 국내 CDMA방식 PCS 계측기시장에서 한국HP의 독주 움직임에 대해 PCS계측기 후발업체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중 한국HP의 독주에 최근 제동을 걸고 나선 업체는 일본 어드밴테스트사의 장비를 국내 공급하고 있는 동화국제상사와 독일 로데&슈와르츠사의 국내 공급업체인 하나기역.
동화국제상사는 올들어 CDMA 주파수분석기능을 갖춘 「R3465」를 내놓고 SK텔레콤, 한솔PCS 등으로부터 상당한 물량을 확보하는 등 PCS기지국용 계측기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한국HP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동화국제상사는 또 기존 CDMA 테스트 소스인 「3561L」의 성능을 개선한 「R3561」 및 휴대형 전파중계기용 필드 주파수 분석기를 최근 잇따라 출시하면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동화측은 「R3465」와 「R3561」 등 두 장비가 CDMA PCS 기지국 유지보수 및 단말기의 송수신 특성시험 등 중간공정 테스트용으로 적합, 이달부터 PCS 단말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장비데모 행사를 가지면서 내년 2차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임을 감안해 공급가격을 경쟁사보다 20%가량 저렴하게 책정해 시장을 파고드는 한편 가격경쟁력을 갖춘 주파수분석기 「R3465」를 CDMA PCS 단말기 중간공정 테스트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독일 로데&슈와르츠의 PCS용 종합계측기인 「CDM 80」과 세트로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동화측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무턱대고 비싼 가격을 주면서 한 회사의 장비만 구매하는 관행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독일 로데&슈와르츠의 장비를 국내공급하는 하나기역도 일찍이 PCS의 종합테스트 기능을 갖춘 「CMD 80」을 앞세워 차기 물량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LG정밀은 내년중 출시를 목표로 미국의 무선통신계측기 개발전문업체와 손잡고 PCS 서비스모니터 개발에 나서는 한편 최근 기존 연구인력과 무선통신분야 러시아 고급 두뇌들을 영입해 CDMA는 물론 무선가입자망(WLL), IMT-2000 등 차세대 무선통신 계측기기에 대한 자체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 등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모토롤러가 PCS 기지국 시스템 측정장비인 「사이버테스트」를 출시했고, 웨이브텍도 PCS계측기 공급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내년에 PCS사업자들이 기지국 최적화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중소 통신기기업체들이 내년 상반기 PCS단말기 출시를 목표로 생산라인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HP와 초기 시장쟁탈전에서 뒤진 것을 만회하려는 후발업체들간의 공급경쟁은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CDMA 계측기시장을 놓고 전자통신계측기업체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국내 PCS 계측기시장을 독식해온 한국HP와 어드밴테스트 등 후발주자들간 시장쟁탈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