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 가전시대 일본 따라 잡기 (중)

지난 94년 디지털 위성방송용 수신기(세트톱 박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상품화된 디지털 가전제품은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VHS VCR, 디지털 카메라 등이다. 이어 내년에 디지털 TV가 상품화되면 기존에 존재해온 모든 아날로그 AV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제품이 기존의 아날로그 제품이 보급된 정도로 일반가정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하면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가전시장은 서서히 개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나 마케팅 측면에서 모두 디지털 가전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일본 업체들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함께 전세계적인 가전업체로 입지를 굳힌 국내 업체들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일본 업체들이 디지털 가전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저력의 원천은 역시 기술력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디지털 가전제품 가운데서 미국의 톰슨이 개발한 디지털 위성수신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디지털 제품을 일본업체가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디지털 캠코더는 95년에 일본 소니가 가장 먼저 선보였으며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는 카시오가, 디지털 VHS VCR는 빅터(JVC)가 교과서를 가지고 있다. DVD 역시 이 규격을 제안한 DVD 포럼 10개 멤버중에서 7개업체가 일본업체라는 사실만 봐도 디지털 가전분야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TV는 일본업체들이 이미 지난 80년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선명(HD)TV 개발에 착수하는 바람에 미국과 한국보다 앞설 것이 없다고 평가되지만 지난 95년부터 다시 디지털방식으로 선회한데다 디지털 TV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대거 확보하고 있어 여타 디지털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은 막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십년 동안 아날로그 가전시장을 장악해온 일본업체가 디지털 시대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기술력뿐만이 아니다. 마케팅분야에서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전세계시장에서 전진 속공을 펼치고 있다. DVD 경우 미국에서 도시바는 타임워너와, 소니는 소니픽처와, 마쓰시타는 MGM과 짝을 짓는 등 각각 전세계적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파트너를 대동하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 최근 소니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자국시장에서 AV전문점을 세 종류로 특화했다. PC와 디지털 가전제품을 연계해 소비자들이 직접 디지털 가전제품의 특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工房숍」, 가정극장시스템과 하이비전(아날로그 방식의 HDTV) 등 고성능 AV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시어터 숍」, 디지털 AV, 휴대전화, 카내비게이션 기기 등 이동형 통신기기를 구색으로 갖춘 「디지털 통신 숍」으로 나누고 지역과 소비자의 특성에 알맞은 차별화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이같은 소니의 시도는 디지털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급선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본에서 최근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가 등장한 지 불과 2년만에 연간 1백만대가 팔리는 히트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는 디지털 제품이 등장하기를 학수고대한 소비자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관련 업체들이 과감하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