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硏, 긴축경영 돌입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해외사무소를 폐지 또는 축소하고 해외로 나간 연수생들을 조기에 귀국시키는 등 허리띠 졸라메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출연연구기관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을 받는 등 국내경제여건이 악화되고 환율도 달러당 1천4백∼1천8백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해 이미 8백40원대로 책정된 내년도 예산만으로는 현재 수준의 해외사무소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6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그동안 해외 정보수집, 해외과학자 연락, 현지 연구기관과의 접촉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해외사무소를 아예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한편 해외 교환연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박사후 연수과정, 교환연구 프로그램 등 여러가지 해외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과학재단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기초과학협력을 위해 설치한 워싱턴, 동경, 북경, 헝가리 등 4개의 해외사무소 중 워싱턴과 동경사무소 2곳을 제외한 나머지 해외사무소에 대해 폐쇄를 검토중에 있으며 또한 각 대학 우수연구센터들이 설치한 해외분소 등에 대해서도 협조 공문을 통해 축소를 유도할 방침이다. 재단측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지금까지 1개 해외사무소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직원 월급을 포함해 연평균 9천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환율 급등으로 1억5천여만원 이상으로 6천여만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측은 또 내년도 해외 박사후과정(POSTDOC) 연수과정 참여 대상자를 3백여명에서 2백여명으로, 한중 이공계교수 교환프로그램의 대상자도 15명에서 7명수준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며 경우에 따라 아예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벨기에 부르쉘과 워싱턴에 있는 해외사무소에 대해 올 연말 계획중인 각종 장비구입 계약을 중지시켰으며 현재 2명인 해외사무소 근무자를 1명으로 줄어고 운영 규모도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TRI는 연간 2개 사무소 운영에 들어가는 3억원의 경비를 내년에 10% 축소하기로 이미 결정했으며 현재의 환율 폭등추세가 지속될 경우 사무소 폐쇄도 고려중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현재 워싱턴, 런던, 동경 등에 설치된 해외사무소를 철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며 한국자원연구소도 프랑스와 러시아에 설치한 해외 지소를 잡정 폐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사무소 철수시 예상되는 업무 마비에 대한 보완책을 찾고 있다.

이밖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연구에 필요한 자료수집, 세미나 등의 일정을 대폭 취소했으며 한국원자력연구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해외사무소 및 관련업무 축소 등 외화절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연구소는 다목적 실용위성사업과 관련해 파견 근무중인 23명 연구원에 대한 체제비가 월 평균 2천5백여만원에서 5천여만원으로 늘어나자 파견 연구원을 줄이는 방안을 비롯해 기관 운영비 절감대책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과기처 산하 20개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은 지난 4일 합동모임을 갖고 IMF시대에 대비 외화절감방안 및 기술역조타개에 앞장서기로 결의한바 있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