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萬珍 LG전자 인사노경담당 이사
지금 우리 기업들은 폭풍 속의 선박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거대한 파고 앞에 생존이냐, 파멸이냐의 갈림길에서 많은 기업들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노출돼 있다. 이런 급박한 환경 속에서 각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고 구조개혁, 체질강화는 물론 근검절약의 실천 등으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고자 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모든 면에서 기존의 사고에서 철저히 탈피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비장한 각오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노와 경이 한마음이 되어 고통을 분담하고 희생을 감내하여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가 기울인 노력은 더 큰 몫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렇듯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총체적 위기국면에서 침체일로의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장기적으로 21세기 지구촌 무한경쟁의 시대에 경영기회를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노경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제 우리 앞길에는 노와 경이 무한협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도전만이 남아 있음을 각인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이 일은 곧 나의 일이며 나의 참여와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자기 자리에서 깊이 성찰하고 다함께 자기이익을 조금씩 희생하겠다는 정신으로 기업, 국가공동체를 먼저 살리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이에 우리의 노경관계도 이해관계 지향에서 문제해결 지향으로의 변화모색이 절실히 요청된다. 노경이 서로 믿고 어려운 국면을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현재의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하고 혁신을 더욱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노경협력체제의 구축과 사업, 성과에서 일등가치를 창조하는 역량과 실행력이야말로 지금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자 시대적 요청이다.
이와 함께 경영자로서는 시장 경제체제의 위기는 경영자의 창의력과 경영혁신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진통기에 불과하다는 자신감과 기업과 나라 살리는 일에 노경이 함께 새 기분,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도록 솔선수범의 열린 경영정신으로 경영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며 고통분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공정히 분배하는 경영의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 스스로도 책임성 있는 경제주체로서 향후 국가경제를 건실하게 재건하기 위한 국민적 여론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는 경영을 이해하며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확보하고 국가 대표기업이라는 자부심과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여 세계 고객에게 신뢰받는 일등제품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절박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상호신뢰와 존중의 인본주의, 지혜와 힘을 모아 세계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선도주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내실주의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가치창조의 노경관계로 발전시켜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