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및 PC통신의 발달로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척되자 정치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요즘은 디지털 시민, 디지털 국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늘 15대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에서도 네티즌 표가 1백만 표에 달한다. 이번 선거는 디지털 시민의 잉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시민은 디지털 문화의 첨단을 걷고 있는 디지털 국가의 구성원을 일컫는다. 디지털 국가는 지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통신상의 자유와 편의성에 기반을 둔 하나의 이념적 국가를 지칭한다. 디지털 국가는 전통적인 정치관을 떠나 새로운 기술을 이용, 시민지향적이고 관대하며 또한 효율적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흔히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대인 기피적이고 컴퓨터에 중독되어 있으며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선거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미국의 와이어드지가 최근 정보화시대 시민의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시민은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전혀 고립돼 있지 않으며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야 말로 오피니언 리더들인 셈이다. 3당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투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네티즌 공략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사에서는 컴퓨터 이용빈도가 높을수록 자유경제체제와 민주주의를 열렬히 옹호하며 정치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디지털 시민은 특히 테크놀로지가 개인의 의사를 표시하고 민주주의를 강화시켜 경제 및 교육적 기회를 제고하는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디지털 시민은 변화를 수용한다. 피부색깔이나 성별에는 별관심이 없다. 그들은 지적이고 박식하며 관심의 폭이 넓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디지털 시민은 반드시 투표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한 대통령 선거 기간에 매체에서 내뿜는 전투적이고 소모적인 언어의 향연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좀더 선량하고 성스러우며 비호전적인 동시에 더욱 인간적인 그 무엇인가에 끌리고 있다. 이번 3당 대통령 후보의 TV토론은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시민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마지막 아날로그 선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무모한 아날로그적 사고방식도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인터넷의 급격한 확대로 앞으로의 선거는 디지털화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책대결과 투개표도 곧 실현될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신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디지털 시민의 민심을 읽는 자만이 국가를 다스릴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