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기술동향과 매출현황-산업전자업계
산전업계는 올 한해 동안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상반기에는 경기침체로, 물량이 집중될 하반기에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악재가 불거지면서 정부에서 추진키로 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대형 프로젝트들이 보류, 취소되는 등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한해였다.
따라서 종합산전업체인 LG산전, 삼성전자, 현대정보기술은 물론이고 대다수 산전업체가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하면 그동안 연평균 20∼30%씩 고속 성장가도를 질주하던 국내 산전시장이 저성장 내지는 마이너스성장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다.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산업용 레이저를 생산하는 공장자동화(FA)업계도 악몽같은 한해를 보냈다. 특히 공작기계의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대기업의 연쇄부도와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설비투자 마인드가 위축됨에 따라 올 공작기계 총 생산액이 불황이었던 지난해보다 12.8%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종별로는 컴퓨터 수치제어(CNC)선반과 머시닝센터 등 CNC 공작기계의 생산감소가 두드러졌는데, 지난 10월까지 CNC선반과 머시닝센터는 각각 전년대비 28.4%포인트와 11.1%포인트 감소했다. 또 수출은 미국 등 선진국의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아사태 및 현대정공의 수출부진이 겹치면서 전년보다 36.2%포인트 감소한 3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수입도 국내경기 침체와 IMF 구제금융 여파로 절대수요가 줄어들면서 전년비 42.5% 감소한 10억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의료기기업계도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내수 및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수입비중이 높은 업계구조로 인해 상당수 업체가 환차손을 입어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비중이 높은 메디슨 등 일부 기업은 오히려 엄청난 환차익이 발생, 대조를 이뤘다.
올 한해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차관사업에서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입찰에 참가, 대량 수주한 것과 메디슨이 구소련지역에 상업차관을 이용, 턴키베이스로 상당액을 수주한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3년 이상 진행돼왔던 스리랑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사업이 국내업체 실사까지 마치고 최종 결과 발표만 남겨놓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파나마 등 다수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EDCF를 이용한 의료기기 수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올해 국내 엘리베이터산업은 내수에서는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며 수출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내수의 경우 건축경기 침체로 성장이 멈춘 가운데 대형 건설사의 잇따른 부도로 업체마다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백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대규모 할인매장이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보수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LG산전은 보수를 전담하기 위해 CS유닛을 새로 만들었고 동양에레베이터는 서울 오류동에 대규모 보수센터를 열고 엘리베이터 보수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데 연말 수주액을 포함해도 지난해 수출액(1억2천5백97만달러)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LG산전이 유압엘리베이터 회사인 미국의 셈코사를 인수, 수출확대를 위한 전진기지를 확보하고 현대엘리베이터도 인도와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3사의 전체 물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이처럼 수출물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올해 국내 엘리베이터업체들의 주력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장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동남아 환사태의 영향으로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지연되면서 건축경기가 위축돼 엘리베이터 수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시장의 경우는 이미 오티스, 미쓰비시, 히타치 등 세계적인 엘리베이터업체들이 진출해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뒤져 있는 실정이다.
기계식 주차설비시장 역시 건축경기 위축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약 10% 늘어난 2천1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94년 30%, 95년 26.9%, 96년 18.2%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는 올 2월부터 도심지역 주차상한제 실시로 도심에서의 수요가 줄어든데다 지자체별로 주차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자주식을 50% 이상 확보하도록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종별로는 승강기식 외에 다층순환식과 평면왕복식 기종의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전체적으로는 연말까지 총 3천6백기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중전기기산업은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으나 올해부터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SOC분야의 투자마인드가 급랭한 데 따른 것으로 내수는 최대 수요처인 한국전력의 수요부진이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올해 내수와 수출을 합한 수요측면의 중전기기 시장규모는 1백9억6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에 국내 생산규모는 7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중전기기는 특히 올들어 수출이 큰 감소세를 보였다. 매년 2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던 중전기기 수출은 지난 10월말 현재 9억2천7백16만9천달러를 기록, 오히려 전년에 비해 1.6%가 줄었으며 이같은 추세가 3, 4분기에도 계속돼 연말에는 지난해의 11억5천3백54만6천달러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계측기기산업도 첨단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 EU, 일본 등 선발업체와 저가공세를 펼친 중국, 대만업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 계측기기 수출액은 목표치인 3억3천3백50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이는 반면 수입은 전년과 비슷한 38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무역적자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계측기기업계가 주 수출시장인 미국, EU, 일본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상승되지 않는 것은 국내 기술력이 열악한 데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대만업체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 및 품질 면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저급 범용 계측기기의 경우에도 디지털 멀티미터, 전압계, 전류계 등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원자재 및 부품조달이 수월한 대만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어 수출감소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에 따른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 일본, EU 등지에서 최근 들어 고정밀 고부가가치형 환경계측기기와 항온항습기 등에 대한 수출상담이 증가하고 있어 수출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최근 외환사정 악화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지역 국가들이 석유화학공업분야에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유량계, 레벨계, 자동계측시스템 및 환경계측기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산 계측기기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국, 대만의 추격을 받고 있는 중저가의 저급 제품 생산에서 탈피, 국내업체들이 나름대로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기술을 적극 활용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고부가가치형의 초정밀급 고성능기기의 국산화 및 연구개발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편 국내 계측기기업체는 극심한 국내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국내 진출한 외국 계측기업체들은 매출호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어 계측기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도 개인휴대통신(PCS) 상용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PCS 기지국, 전파중계기 유지보수 및 단말기 테스트용 계측기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HP와 어드밴테스트 등 외국업체들이 국내시장을 독점해 폭발적인 매출신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계측기업체들의 첨단장비 개발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유량, 레벨계 업체들은 열전달 질량유량계를 비롯해 열량형 질량유량계, 다채널방식 초음파 유량계, 가스유량계, 평균 피토튜브 유량계 개발에 나서 내년에는 이들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자통신 계측기업체들도 범용계측기 생산에서 탈피,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면서도 수입의존도가 큰 무선, 광통신 계측기기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LG정밀은 PCS용 종합계측기를 포함해 10㎒∼2.6㎓대역 이동통신용 시험장비, 무선가입자망(WLL), IMT 2000 등 차세대 통신용 계측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ED엔지니어링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CDMA시스템의 교육용 시뮬레이션 장비개발에 나서고 있고 바텍시스템은 광파워미터를, 흥창은 10㎑∼2㎓대역의 RF 및 EMI 필드 분석기를, C&C인스트루먼트가 종합정보통신망(ISDN)용 프로토콜 분석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들어 국내에서도 현대전자, 쌍용정보통신을 비롯해 연말에 LG정밀, 만도기계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차량항법시스템(CNS)은 업체들의 제품 출시지연 및 초기제품의 불안정으로 인해 총 시장규모는 5천대 미만으로 당초 예산한 2백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60억∼80억원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또한 CDMA PCS, 무선데이터,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 등의 부가서비스로 물류운송시스템(CVO), 공공운수시스템(APTS), 응급재난 차량관리시스템 등을 통합한 차량추적시스템(AVLS)이 부상하고 있다.
바코드시스템 등 자동인식산업은 올해 유통부문에서 바코드시스템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공장자동화시스템 도입이 확산됨에 따라 20%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바코드시스템, 화상인식시스템, 출입문인식시스템, 카드리더 등 자동인식기기의 올 시장규모는 1천5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