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明振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오늘날과 같은 기술주도 사회에서 인력개발은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기술도약기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기술인력 자원의 개발 및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를 주도할 유능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학교육분야에 대한 정책지원과 재정지원, 국민의 의식구조 및 교육환경의 개선 등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투자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국민의식과 대학 재정적인 측면에서 대학이 지니고 있는 공학교육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점검하고자 한다.
먼저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재정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대학재정이 등록금에 의존하게 되면 시설, 설비, 교수확보, 행정지원 등이 재학생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어 적절한 기술교육의 환경을 유지하기 힘들다. 또한 물가에 비례하는 등록금 인상을 초래하게 되어 피교육자의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기술교육에서의 균등한 기회제공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대학의 운영자들은 재정 마련에 있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재단 전입금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의 유명 대학들은 재단 전입금의 대부분을 산학의 긴밀한 협동체제에서 얻어지는 주식의 지분이나 신기술 사용료 등을 통하여 마련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은 산업과 연계된 실용적인 학문개발에 힘쓰게 되고 이의 결실을 통해 재단의 전입금을 늘려나갈 수 있게 된다.
두번째로 21세기에는 대학재정이 국가의 정책지원금에 의존해서는 유능한 기술인력을 개발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자금지원이 있는 기술분야들에 대해 모든 대학들이 특성화하겠다는 것은 그냥 외형적으로만 기술교육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규모가 비교적 큰 대학만이 계속 지원을 받게 되어 외형적인 기술 잠재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학은 정책결정에 있어 21세기를 향한 일관된 공학 기술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미래의 기술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특정 전공분야를 특성화해 가는 차별화된 교육목표와 독립된 추진력을 갖추어 나가야만 한다.
세번째로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에는 명칭이 유사한 학과가 많이 있으며 이들 학과에서 개설하고 있는 교과목의 명칭이나 내용이 아주 비슷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과가 유사하면 대학명칭과 수학한 학교의 위치만 다를 뿐이고 이들 학과의 교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은 입학시의 성적에 의해서만 능력을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대학이 처해있는 환경이나 스스로의 목표에 알맞는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개설 학과나 교과목에서부터 독자적인 특색을 갖추어야만 한다.
또한 공학기술은 날로 첨단화 및 전문화해 가고 있기 때문에 대학 교수들은 최소한 3∼5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의 기술을 연구 개발해야 하고 산업체는 이러한 기술을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서로의 역할에 알맞는 바람직한 산학 기술공동체를 구성해야만 한다.
이렇게 산학이 연계된 교과과정을 대학에서 교육하게 되면 학생들도 자신의 진로나 전공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산업체에 진출하였을 때를 대비한 여러 가지 학문적인 준비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학교에서는 바람직한 학풍이 조성되고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의 시간적 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네번째로 대학 입시생들이 대학을 선호하는 기준이 해당 대학의 학과별 전공보다는 입학시에 치렀던 수능 및 내신성적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 전국 거의 모든 대학들에 수능이나 내신 성적순으로 학생들이 배치되고 있으며, 입시생들이 줄어들게 되면 멀지 않은 장래에 문을 닫는 대학마저 속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기술인력의 수요에 맞도록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 기술인력을 배출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전문기술자들은 그 전공분야에서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수년간을 실무에 종사하여야만 양성될 수 있다. 단지 수년간의 학문적인 간접경험만을 통해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또는 몇 과목의 평가를 통해 기술자격증을 취득하였다고 하여 그 분야에서 기술전문가로 인정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제고되어야만 한다.
끝으로 대학교육의 목표를 학문단계의 중간과정으로 보는데 문제가 있다. 대학이 학과나 교과과정을 특성화 또는 전문화하여야만 대외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날의 대학들은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에는 세부전공을 대학원 과정에서만 이수할 수 있게 하는 최소 전공제를 앞다투어 채택하고 있다.
물론 최소 전공제가 대학의 재정난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대학원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과정이지만 모든 대학들이 대학원 중심제로의 공학교육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공학교육은 외형적인 학위에 치중하거나 획일적인 주입 교육만을 강조하게 되면 배출된 기술인력은 창의성이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대학은 교육과정의 기획이나 교재의 마련에서부터 다양한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특성화된 전공교육을 수행하고, 또한 산학연의 역할을 바람직하게 분담해 21세기의 기술 인재양성에 중요한 기틀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