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많이 팔린 PC게임은 어떤 작품일까.
97년은 외산 전략시뮬레이션 대작들이 시장흐름을 주도한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국산게임이 선전한 한 해였다.
게임공급업체 및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국내 최고의 히트게임은 약 9만장이 판매된 「C&C레드얼럿」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종가(宗家) 웨스트우드사가 내놓은 C&C 시리즈는 지난 95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인 이후 동서게임채널 유통라인을 통해 지금까지 총 20여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게임시리즈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박빙의 차이로 2위를 기록한 작품은 일본 고에이사의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5」. 이 작품은 지난해 「삼국지4」와 「삼국지공명전」에 이어 올해 8만여장의 빅히트를 기록함으로써 C&C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작품은 소설 삼국지의 열혈독자들을 마니아로 끌어들임으로써 당분간 폭넓은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국산게임의 자존심을 지킨 소프트맥스사의 「창세기전2」과 스포츠게임 왕국 E.A사가 내놓은 농구게임 「NBA시리즈 97년판」이 각각 5만장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중 「창세기전2」는 국산게임 개발의 주류인 RPG 장르를 대표할 만한 게임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개발사인 소프트맥스사는 지난해 최고의 국산게임으로 꼽혔던 「창세기전」의 인기가 후속편까지 이어짐에 따라 히트게임 개발의 산실로 주목받게 됐다.
올해 세계적으로 RPG 르네상스를 불러온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는 국내에서도 게임동호회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손꼽혔으나 정품보다 많은 불법복제품이 범람해 실제 국내 판매수량은 3만장에 머물러 체감인기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6위에 오른 고에사의 전략시뮬레이션 「대항해시대3」 역시 발매 초기 열성팬들이 용산등지의 게임숍에 줄을 서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뒷힘이 달려 2만5천장의 판매에 그친 작품. 아케이드게임인 세가사의 「버츄얼파이터2」 역시 가정용게임기 분야의 명성에 못미치는 2만장으로 7위에 머물렀다.
약 1만8천여장이 팔린 「레이맨플러스」는 주인공의 귀여운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고 동률 8위를 기록한 남일소프트의 「캠퍼스러브스토리」도 연애시뮬레리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신세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다. 월드컵 열풍에 힘입어 10위를 차지한 메디아소프트사의 「붉은 악마」는 발군의 마케팅전략을 선보이면서 1만5천장이 팔려나갔다.
올해는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C&C레드얼럿」과 「삼국지5」 등 초대작이 등장하는가 하면 연말에 출시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이 판매호조를 보이는 등 그동안 PC게임의 벽으로 인식돼 온 「판매량 10만장」을 돌파하는 작품의 등장을 예고함으로써 업계관계자들을 고무시킨 한 해였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