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죽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남편의 사랑을 다룬 코미디. 때로 어설픈 웃음을 강요하는 기존의 유럽 코미디에 대한 거부감을 깨끗하게 치유해주는 유머와 감동이 살아있다. 원제는 「로잔나의 무덤」.
딸이 묻혀있는 마을의 공동묘지에 함께 묻히기를 원하는 아내와 그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동분서주하는 남편의 이야기다. 「로잔나 포에버」는 이 부부의 모습을 통해 삶과 사랑, 죽음을 행복하게 그려낸다. 죽음이 웃음의 소재로 채택되는 엉뚱함과 과장이 다소 거슬리지만 시나리오가 지닌 기발함은 높이 사줄 만 하다.
이탈리아에서 작은 식당을 경영하는 마르첼로(장 레노분)와 로잔나(메르세데스 루엘 분)부부.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는 로잔나의 소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딸이 묻혀있는 교회의 공동묘지에 나란히 묻히는 것. 그러나 묘지에는 이미 무덤이 세곳 밖에 남아있지 않고, 그나마 마을의 노인 두 명이 의식불명 상태라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소원은 자기가 죽은 후 남편과 자신의 동생인 치칠리아가 결혼하는 것. 그러나 마르첼로와 치칠리아는 언제나 앙숙처럼 티격태격하며 로잔나의 제안을 거부한다.
아내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죽어서 묘지를 차지할까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남편의 노력은 눈물겹다. 병원에 가서 아픈 사람한테 수혈해주고, 다 죽어가는 사람도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며 의사를 속인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가 말리고, 담배도 해롭다고 못 피우게 하며 음주운전은 물론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첼로의 친구인 로시가 술에 만취된 채 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게다가 로시에게 맡긴 돈을 찾으러 온 암흑가의 두목까지 그가 죽은 걸 알고 총으로 자살한다. 뜻하지 않은 두 명의 죽음으로 인해 한바탕 마르첼로의 「시체 감추기 소동」이 벌어지고, 그는 로시의 감춰둔 돈으로 교회 옆의 땅을 사기 위해 땅 임자인 버질을 찾아간다. 그러나 버질은 젊은 시절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고 마르첼로와 결혼한 로잔나에 대한 상처로 땅을 팔 것을 거절한다.
버질이 땅을 파는 조건은 단 한가지. 로잔나가 부자인 자신을 버려 둔 채 가난하고 무식한 마르첼로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대답은 물론 「노」다. 그러나 마르첼로와 로잔나의 기지로 공원의 묘지를 얻게되는 마지막 반전은 이 영화를 매력적인 해피엔딩으로 이끈다.
TV시리즈로 유명한 「미스터 빈」을 연출한 폴 웨일랜드 감독의 독특한 위트와 훈훈함이 전해지는 영화다. 장 레노와 메르세데스 루엘의 좋은 연기도 영화보기의 즐거움이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