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과 벽산그룹이 동일한 아이템을 두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상사는 10여년간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해왔던 X선 필름 현상기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하고 D사에 관련기술 일체를 이전하고 있다.
이처럼 두산상사가 X선 필름 현상기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한계사업은 정리한다는 그룹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인데, 최근 몇년동안 코닥, 후지, 아그파 등 수입업체와 정원정밀, 태안기계 등 후발 제조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낮아진 데다 의료기기의 디지털화에 따라 이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등 사양산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X선 필름 현상기 사업 외에도 병행해 오던 전자의료기기 수입 사업도 타사에 모든 권한을 이관, 전자의료기기 사업에서 완전 손을 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벽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동양물산기업을 통해 전자의료기기 사업을 환경사업 등과 함께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지난 95년부터 X선 필름 현상기 개발에 착수,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벽산그룹이 의욕적으로 출발한 전자의료기기 사업에서 첫 아이템을 X선 필름 현상기로 선정한 것은 X선 촬영장치와 X선 필름 현상기의 보급률을 볼 때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성장 가능성이 크고 X선 촬영장치는 모든 병원의 기본 장비이기 때문에 X선 필름 현상기 수요도 안정적으로 발생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상사가 X선 필름 현상기 사업을 사양산업이라고 본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분석이다.
특히 동양물산기업은 개발 전부터 철저한 벤치마킹과 사전 시장분석을 통해 기존 회사 제품들이 갖고 있던 롤러 유닛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이송중 필름 걸림현상을 최소화 한다면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2, 3년안에 국내시장의 40%를 점유하고 미주, 유럽, 아시아 등지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X선 필름 현상기 외에도 한방 관련 의료기기 및 첨단 영상진단장비 개발에도 착수, 종합 의료기기 메이커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아이템을 두고 한 업체는 사양산업으로, 또 한 업체는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산업으로 판단한 것은 각각 판단의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섣불리 어떤 판단이 옳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결국 어느 회사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동양물산기업의 사업 성패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